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오는 20일 우주로 떠나는 일정을 확정했다. 사상 첫 민간 우주 여행에 성공한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에 이어 두 번째의 우주 관광이다. 베이조스는 60년 전 우주비행사 시험을 1등으로 통과했으면서도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꿈을 이루지 못한 80대 할머니도 초청해 자신의 우주여행에 특별함을 더할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 연방항공국(FAA)이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유인 우주비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허가는 다음 달까지 유효하며, 베이조스는 이달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예정이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우주선 ‘뉴 셰퍼드’에 탑승하게 되는데, 발사는 미 텍사스주 사막에서 이뤄진다.
우주 여행은 베이조스의 오랜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마지막 개척지인 우주에서 만나자”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그는 2000년 사비를 털어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고, 매년 자신이 보유한 아마존 주식을 매각해 회사 운영 비용을 댔다. 이런 노력 끝에 블루 오리진은 2015년 유인 우주선 뉴 셰퍼드를 개발했고, 베이조스는 이제 일주일 후 그 우주선을 타고 꿈을 이루게 됐다.
베이조스는 전날 우주 여행에 성공한 ‘선발 주자’ 브랜슨보다 우주를 여행하는 시간은 다소 짧겠지만, 우주 공간엔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베이조스는 10분가량 우주에 머물게 되는데, 브랜슨은 15분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 물리학자 시어도어 폰 카르만이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으로 정의했던 ‘카르만 라인’까지 도달하겠다는 게 베이조스의 포부다. 카르만 라인의 기준은 고도 100㎞인데, 브랜슨은 88㎞까지만 올라갔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정의한 우주의 경계(고도 80㎞)는 넘었지만 카르만 라인까지 닿진 못한 셈이다. 일각에선 브랜슨이 진정한 우주여행에 성공한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82세 여성 월리 펑크를 ‘명예 승객’으로 선정했다. 펑크는 1961년 나사의 우주 비행사 시험을 남녀 통틀어 1위로 통과했지만, 우주에 가긴커녕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주비행단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베이조스는 이달 1일 펑크의 발탁 사실을 알리며 “펑크보다 더 오래 기다린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조스의 남동생 마크, 경매를 통해 2,800만 달러(약 312억6,000만 원)에 티켓을 낙찰받은 신원 미상의 한 명도 우주 여행에 함께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