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자국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옥죄면 2030년까지 최대 45조 달러(약 5경1,556조 원)가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중국 정부가 현지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을 시작으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프레더릭 캠프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주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기업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는 데 얼마를 치르겠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자체 분석과 미 데이터업체 로디움 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만일 중국이 규제 없이 경제 성장을 이어간다면 2030년쯤에는 자산과 부채 규모가 총 48조6,000억 달러까지 커질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기업을 압박한다면 성장이 정체돼 10년 뒤에도 2020년 규모(2조9,000억 달러)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캠프 CEO는 이런 추정치를 두고 “경제 활력의 어마어마한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 활력과 권위주의 장악력을 동시에 가질 수 없겠지만, 현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경제 활력을 희생해 장악력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내다봤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은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44억 달러(약 5조 원)의 자금을 새로 조달했는데, 이는 중국 기업으로서는 2014년 250억 달러(약 28조 원)를 조달한 알리바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나흘 뒤 중국 당국이 ‘국가 보안’ 문제를 들어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주가가 30% 넘게 폭락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과 같은 대형 기술기업이 미 증시에 상장되면 민감한 정보가 유출돼 안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CEO는 “중국 내 기업 중에서도 정보기반 기업은 서방 자본 시장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이제 시 주석의 옥죄기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비용) 상승을 투자 요인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월가(街)에서는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는 위험을 알 수 없게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