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합법적 ‘파업권’ 확보…하투(夏鬪) 노선 속으로

입력
2021.07.12 18:08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면서 '하투(夏鬪)'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름 휴가 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타결을 위해 경영진이 총출동, 노조 설득에 나섰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12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이날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 결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자 지난달 3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 7일 전체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투표에서는 조합원의 73.8%가 파업에 찬성해 가결됐다.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권한을 얻게 된다. 노조는 13일 오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돌입 여부와 수위,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임단협은 5월 26일 상견례 이후 13차례 노사 교섭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노조는 특히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에 완고하다. 현대차 생산직이 올해부터 매년 약 2,000명씩 5년간 1만 명의 정년퇴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5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 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제안했을 뿐, 정년 연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상수 노조위원장 중심의 현 집행부가 ‘실리 성향’인 데다, 사측에서 재교섭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극적 타협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노사 분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중심의 사무·연구직 노조가 정년 연장보다는 성과급 정상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서다. 2012년 ‘성과금 500%+일시금 950만 원’이 지급된 이후 매년 줄어드는 현대차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사무·연구직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권이 없지만, 여론의 관심이 큰 만큼 기존 노조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산업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만큼, 노조 입장에서도 파업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파업권은 정년 연장과 성과급을 모두 잡기 위한 협상카드로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