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들의 ‘2차 잡코인 대청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생존 요건인 ‘실명계좌 발급’ 평가에서 코인 신용도와 관련된 ‘고유위험' 평가가 자금세탁방지 관련 ‘통제위험' 평가보다 사실상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잡코인 상장 여부가 실명계좌 발급의 변별 요소로 작용하면서 9월 24일 신고 마감기한을 앞두고 추가 상장폐지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은행연합회가 국회에 제출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가이드라인) 전문에 따르면, 심사 내용 중 고객·코인 관련 위험성을 평가하는 고유위험 평가가 변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이드라인은 은행연합회가 자체 마련한 자율 평가 체계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고자 하는 거래소들에 적용된다.
평가는 총 5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획득·법적 요건 등 기본적인 사항에 해당한다. 2단계와 3단계는 각각 고유위험·통제위험 평가로 실질적인 심사 단계다. 고유위험 평가는 △가상자산 신용도 △취급하는 가상자산 수 △고위험 코인 거래량 등을 따지고, 통제위험 평가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시스템 설계와 운영 체계를 심사한다. 이어 4단계는 2·3단계 점수를 합쳐서 종합평가 등급을 매기고, 5단계에서 최종 제휴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점수 배점 예시를 보면, 고유위험 평가가 통제위험 평가보다 약 2.5배 높은 점수를 배당받는다. 고유위험 평가는 총 16개 항목에 총점 1,000점이 부여된 반면, 통제위험 평가는 총 76개 항목에 2,000점이 부여된다. 각 항목별 평균 배점을 계산하면, 고유위험은 항목당 62.5점인 반면에 통제위험은 항목당 26.3점에 불과하다.
결국 거래소 입장에서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서 고유위험 평가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코인의 신뢰도, 상장 코인 수 등을 평가하는 고유위험 평가가 변별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유지한 채 세부적으로 은행별 가감이 더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2차 잡코인 상장폐지’는 4대 거래소가 아닌 중소형 거래소에서 터질 위험이 높다. 고유위험의 산정 시점은 ‘평가 시점’인데 현재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이미 은행권과 실명확인 계좌 발급 심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여전히 실명계좌 심사에 착수하지 못한 다수의 중소형 거래소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