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 약 2개월 만에 서울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매매 허가를 받은 거래가 처음 나왔다. 매매가격은 1년 새 무려 19억 원 가까이 올라 '평당 1억 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시기 조기화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12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한양8차 전용면적 210.1㎡(15층)는 지난 9일 3.3㎡(평)당 1억 원 수준인 66억 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같은 평형대의 직전 거래금액은 지난해 7월 47억8,000만 원이었다. 1년 만에 18억2,0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해당 거래는 서울시가 압구정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처음 성사됐다. 올해 4월 말 서울시는 재건축 예정단지가 몰린 지역의 투기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압구정동과 여의도, 목동, 성수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까다로운 매매 환경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동반한 신고가 계약이 맺어진 데 대해 업계에선 조합원 양도 제한시기 조기화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자체장이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취득 제한시기를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앞당길 수 있는 법 개정에 합의했다. 이 때문에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조합은 설립되지 않은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한양8차는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아직 추진위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조합설립 인가 전인 재건축 단지를 찾는 매수세가 강해졌다"며 "더욱이 재건축 기대감이 워낙 큰 압구정에서 나온 귀한 매물인 탓에 거래 가격이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 대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조기화) 조건에 충족되는 단지에서는 매수세가 강세"라고 귀띔했다.
재건축 예정단지의 신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서울시의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기조가 다소 수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구 재건축 단지의 누적 가격 상승률은 5.47%로 일반 단지 상승률(3.00%)보다 2.47%포인트 높다. 양지영 소장은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 서울시는 재건축보다는 재개발에, 강남권보다는 비강남권에 집중하는 식으로 속도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