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3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메이저대회 20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노박 조코비치(1위ㆍ세르비아)가 사상 첫 ‘골든 그랜드슬램’ 도전을 앞두고 깊은 고뇌에 빠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대기록’ 달성 기회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조코비치는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9위ㆍ이탈리아)를 3-1(6-7, 6-4, 6-4, 6-3)로 꺾었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20번째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8위ㆍ스위스), 라파엘 나달(3위ㆍ스페인)과 공동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윔블던에서는 3연패이자 통산 6승째를 기록, 페더러(8회)와 피트 샘프러스(7회ㆍ미국)에 이어 최다 우승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앞서 올해 열린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에 이어 윔블던까지 모두 휩쓴 조코비치는 다음달 30일 시작하는 US 오픈마저 제패하면 한 해에 4개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룬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1938년 돈 버지(미국), 1962년과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등 세 차례 나온 바 있다.
만일 조코비치가 US 오픈은 물론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 사상 최초로 남자 테니스 '골든 슬램'의 주인공이 된다.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단식 우승을 독차지하는 '골든 슬램'은 여자부에서만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1988년 딱 한번 달성한 대기록이다.
조코비치의 기세는 적수가 없을 정도다. 최근 12차례 메이저에서 8번이나 우승했고, 올해 세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21전 전승을 기록했다. 올해 메이저 결승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위ㆍ러시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ㆍ그리스), 베레티니 등 모두 20대 선수들을 차례로 물리쳐 페더러, 나달과의 ‘빅3’는 물론 젊은 세대와의 경쟁에서도 한 수 위 기량을 보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후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50대 50’이라고 밝혔다. 그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올림픽은 당연히 출전해야 하는 대회지만 지금 내 생각은 반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답했다.
조코비치는 "최근 며칠 사이에 들려온 소식 때문에 그렇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도쿄 올림픽이 사실상 무관중 대회로 열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엄격한 방역 수칙이 적용되면서 조코비치가 도쿄올림픽 출전에 소극적으로 바뀐 것으로 추측된다. 조코비치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서 “무관중으로 열리는 올림픽에는 불참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나달은 이미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고, 페더러는 조코비치와 마찬가지로 출전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