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보다 며칠 먼저 출발하게 됐지만 레이스는 아니다. 경쟁이라 부르면 위험하다.”
리처드 브랜슨(71)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제치고 우주 관광 사업에 뛰어든 억만장자 중 맨 처음 우주로 향한다. 지난달 7일 베이조스(57)가 이달 20일로 예정된 우주 비행 계획을 공개한 뒤 앞당긴 일정이지만, 공교로운 일일 뿐 경쟁을 의식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브랜슨의 해명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날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미국 뉴멕시코주(州)에서 이뤄지는 이륙과 비행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는 베이조스뿐 아니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50)보다 먼저 우주를 체험한 억만장자가 된다.
브랜슨이 탈 우주 비행선은 ‘VSS 유니티’다. 브랜슨과 그가 소유한 기업 버진 갤럭틱 소속 조종사 2명 등 총 6명이 탑승하는 이 비행선은 모선 ‘VMS 이브’에 실려 발사된다. ‘이브’가 동체 아래에 ‘유니티’를 매달고 16㎞ 상공에 도달하면 모선에서 ‘유니티’가 분리돼 우주로 다시 날아오르게 되는 방식이다. ‘이브’는 브랜슨이 자기 어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브랜슨의 우주 비행 시간은 ‘유니티’가 모선에서 분리된 시점부터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14~17분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달하는 높이는 지상에서 89㎞ 정도다.
베이조스의 우주 비행은 9일 뒤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남동생 마크, 82세 여성 월리 핑크 등과 함께 자신이 세운 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 로켓 ‘뉴 셰퍼드’를 타고 상공 100㎞ 우주 체험에 도전한다. 올 9월에는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가 시민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 공전 궤도 비행을 시도한다.
이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게재된 인터뷰에 따르면 브랜슨은 이번 우주 여행에 대비해 몇 년간 주 4회 테니스 교습과 원심분리기 훈련 등으로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내 몸이 배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30, 40대 때처럼 몸을 유지하려 서핑, 익스트림 바이킹, 하이킹, 등산, 헬스 등을 했다”고 말했다.
괴짜 사업가로 유명한 브랜슨은 1987년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다 목숨을 잃을 뻔한 일 등 76차례의 모험에 관한 책을 쓴 적도 있다.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상당히 겁이 없는 사람이라 걱정되기보다는 신이 난다”며 “‘용감한 사람이 영원히 살지는 못하겠지만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아예 사는 게 아니다’가 내가 평생 따른 모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