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 ‘사실상 야간 외출 제한’ 수준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국회 논의를 앞둔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도 ‘리셋(전면 재검토)’ 수준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거리두기 강화로 소상공인 손실이 급증할 게 뻔한 데다, 코로나19 방역 예산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이 됐다. 정치권에서조차 벌써부터 "피해계층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이나 신용카드 캐시백 등 소비 진작 대책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14~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예정된 추경안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거리두기 4단계는 클럽, 감성주점 등 일부 유흥시설 집합금지, 10시 이후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인원 2인 제한 등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집합금지 대상이 되거나 영업에 제한을 받는 다중이용시설이 96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장 추경안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손실보상법은 정부의 집합금지, 영업제한 등의 조치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으로, 지난 6일 공포됐다. 직접 영업제한이 가해지는 업종 외에도 6시 이후 사적모임 인원제한 영향을 받는 대부분 자영업자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추경안에 포함된 손실보상 재원은 1개월당 2,000억 원씩, 7~9월분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96만 개 시설로 나누면 월평균 21만 원꼴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추경안을 짜던 6월 하순만 해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500명대로, 지금 같은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웠다.
손실보상법은 아직 법만 만들어졌을 뿐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마련 과정에 있지만, 96만 개 시설에 2주간 손실보상 명목으로 평균 50만 원씩만 지급해도 4,800억 원이 필요하다. 강화된 거리두기가 8월 이후까지 장기화되면 관련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손실보상 소급 적용 대신 편성해 놓은 3조2,500억 원 규모의 ‘희망회복자금’을 더 두텁게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진단검사 확대, 자가격리자 생활 지원, 의료기관 손실보상 등 방역 예산(2조2,000억 원)도 증액이 불가피하다.
재난지원금과 방역예산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사안이 되고 있다. 정부의 추경안 제출 이후 국회를 달궜던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논쟁은 사실상 무색해졌다. 추경 규모를 대폭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은 지금보다 축소 또는 연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에서는 당초 정부의 추경안 편성 당시보다 세수가 더 늘어 추경 재원이 더 확보되고 있다고 보지만, 정부는 이미 5월까지의 세수도 다 고려해 추경안을 편성한 만큼 더 늘릴 여지가 없다고 맞선다. 정부는 2조 원 규모의 국채 상환을 미루는 것도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추가 국채 발행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10조4,000억 원 규모의 국민 재난지원금 축소다.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 소비 확대 예산은 효과도 떨어지고, 방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1조1,000억 원 규모 신용카드 캐시백 시행 시기 조정도 고려하고 있다.
여당의 대선 주자들도 ‘두터운 지원’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는 이번 추경안의 상생 지원(국민지원금) 10조4,000억 원을 피해지원과 손실보상으로 전면 전환할 각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코로나 안정세를 전제로 편성됐다”며 “바뀐 상황에 맞게 피해지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