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조 빚더미' 자영업자 어쩌나... 대출조이기 정책 강행 고민

입력
2021.07.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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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이 현실화하면서, 그간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모색해 오던 금융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당장은 2주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돼 자영업자의 자금난이 더 심화할 경우 무작정 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2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적용됨에 따라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이 타격을 입게 되는 만큼, 이로 인한 충격이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미 과도한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이번 방역 조치 강화로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245만6,000명의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 및 가계대출의 27.1% 규모다. 특히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18.8%에 달해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9.5%)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를 보였다.

4단계 조치가 길어질 경우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조정 등을 통해 '가계대출 조이기'에 몰두하던 금융당국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지난해 8월 2.86%였던 예금은행 일반신용대출 가중 평균금리는 올해 5월 3.69%까지 치솟았다. 통상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대출금리 상승이 더 부담스럽다.

이달 도입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는 족쇄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중 53.8%에 달하는 291조 원이 가계대출인 상황에서 기존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의 경우 신규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두 차례 연장 끝에 올해 9월 종료 예정이었던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상환 유예 조치'도 당국의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올해 들어 경제 회복세가 빨라지고 민간소비도 개선되면서 이번에는 추가 연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종료 두 달을 앞두고 '4차 대유행'이라는 암초에 부딪힌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 및 원금·이자상환 유예 지원금액은 지난달 기준 총 204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한은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없었다면 자영업 고위험가구 부채는 40조 원 이상, 고위험가구 수는 10만 가구 가까이 추가로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당국은 "당분간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확진자가 큰 폭으로 줄지 않는 한 갑작스러운 조치 종료는 위험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민간부채 증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데, 특히 자영업자 부채의 경우 규모와 속도 면에서 매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이들의 상환 및 부실 위험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지 않도록 당국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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