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에 '식량 지원' 손 벌릴 시기 점점 다가온다

입력
2021.07.08 00:10
FAO, 북한 식량 110만 톤 부족... "8~10월 고비"
中에 원조 요청할 듯... 11일 우호조약 60년 적기

“북한이 식량 부족량을 채우지 못하면 주민들은 올해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북한 식량 문제에 확실히 ‘빨간불’이 들어온 모습이다. 북한이 식량 수입이나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으면 식량난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국제기구 보고서가 나왔다. 곡물 부족분만 110만 톤, 북한 주민 연간 소비량의 6분의 1에 달한다. 한꺼번에 다량의 곡물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를 보면 북한이 손을 벌릴 곳은 중국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7일 올해 북한 곡물생산 관련 보고서를 공개하며 생산량을 약 560만 톤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수요를 110만 톤으로 추산했다. 또 수입을 통해 들여오는 곡물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두세 달치에 해당하는 8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FAO는 전망했다. 자체 생산이나 수입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원조를 받아 곳간을 채우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이 8~10월 힘겨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낙관적 추정치다. FAO 통계가 북한의 보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실상은 훨씬 심각할 거로 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도 절박함을 자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4월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엔 식량난을 아예 공식 인정했다. 대안은 ‘자력갱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걸어 잠그고 국제사회의 제재도 지속되면서 최대한 ‘우리끼리 버텨보자’는 것이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국제적 구호 제안을 거부했다”면서 북한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대화 재개를 놓고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신호지만, 조급한 쪽은 북한이다. 식량난이 길어져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면 민심은 김정은 정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북한 지도부는 유일한 믿을 구석인 중국에 적극 구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부쩍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도 대규모 원조를 기대한 바닥 다지기 측면이 강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보내 “진정한 동지이고 전우”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적절한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북중 우호협력조약 체결 60주년’이 되는 11일을 기점으로 양측의 가시적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중이 우호협력조약 60주년을 계기로 밀착 행보를 한층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식량지원에 대한 우회적 요청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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