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혁신기업에 과감한 투자... 'K파이낸스' 선도하는 미래에셋증권

입력
2021.07.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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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혁신기업 투자 결실 잇달아 
그랩, 디디추싱 발굴 성과 '대박' 
박현주 회장 '도전 DNA' 녹아든 결과

시장의 검증을 앞둔 해외 혁신기업의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투자에 성공하면 '대박'을 거머쥘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란 적지 않은 리스크(위험)를 동시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투자 행보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 결과도 기대 이상이다. 전 세계 곳곳에 포진한 될성부른 '떡잎'(혁신기업)을 발굴한 선구안과 통큰 투자는 미래에셋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그랩, 디디추싱 잇달아 '투자대박'

7일 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증권사로 꼽힌다. 특히 최근 3년간 글로벌 성장 기업들에 꾸준히 베팅해온 결과 연이은 '잭팟'을 터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과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 투자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은 2018년 네이버와 손잡고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그로쓰 펀드'를 만들어 당시 그랩 지분 약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700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그랩은 미국 투자사인 알티미터캐피털이 설립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알티미터그로스와의 합병을 통해 미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그랩 몸값이 뛰면서 미래에셋이 투자액 대비 세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8년 디디추싱에는 2억68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달 30일 나스닥에 상장한 디디추싱은 거래 첫날 시가총액이 710억 달러(스톡옵션 포함)에 달했다. 미래에셋이 투자에 나선 2018년 당시 기업가치가 56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투자로 미래에셋이 거둘 수익이 1,000억 원 이상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법인 이익 2000억 시대 처음 열어

신성장 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세계 최대 드론사인 중국의 'DJI'에 1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물류 배송 스타트업인 '카르고', 지난해 6월에는 중국 항암제 개발업체인 JW 테라퓨틱스에도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 성과는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으로 증명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의 세전 순이익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9년 세전 순이익1,710억 원을 거두며 증권업계 최초로 연간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2,000억 원 시대까지 열었다. 이 역시 국내 증권업계 해외법인의 최초 기록이다. 올해 1분기 이미 700억 원에 달하는 세전 순이익을 거둔 만큼 올해 성적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창업주 박현주 회장이 강조해 온 '도전과 혁신 DNA'가 해외투자 성과의 근본 정신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회장은 2016년 미래에셋증권 통합법인 출범 당시에도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꿔보고 싶다"고 밝히며 글로벌 IB 도약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 유니콘 기업을 발굴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수출 불모지라 불리는 금융투자업계에서 금융 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이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 증권사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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