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등 해외 플랫폼 활용해 역외탈세한 46명, 국제공조로 덜미

입력
2021.07.07 16:00
국세청, 역외탈세 혐의자 46명 동시 세무조사
오픈마켓 셀러·성형외과 의사, PG사 허점 파고들어
모기업과 '부당 내부거래'한 다국적기업 한국법인도

해외 유명 오픈마켓을 통해 화장품과 잡화 등 국내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 A씨는 물품 판매 대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해외 전자결제대행사(PG)를 이용했다. 그러나 A씨는 해외 PG사에서 국내 PG사로 돈을 송금하면서 이 중 일부를 아들의 가상계좌로 빼돌리고, 세금 신고도 하지 않았다.

증여세 신고 없이 변칙으로 돈을 받은 A씨 아들은 이 돈을 법인 설립 대금, 유상증자 납입 대금 등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A씨 부자의 물품 판매액과 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신종 역외탈세 46명 동시 세무조사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해외 유명 오픈마켓 플랫폼을 활용한 국제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를 이용한 신종 탈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외 플랫폼에서의 거래 내역, 글로벌 PG사를 통한 금융 거래를 국내에서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국세청은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 역외탈세 등 불공정 역외탈세자 46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역외 비밀계좌를 운용한 자산가 14명 △글로벌 PG사의 플랫폼을 이용해 수입을 숨긴 13명 △관계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수입을 빼돌린 다국적기업 19개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역외 비밀계좌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스위스 등 외국 과세당국과 공조하고, 해외 PG사가 국내로 지급한 결제대행 자료도 정밀 분석했다.


페이팔 결제대금 숨긴 아마존 셀러… 알리페이로 성형수술비 받은 의사도

'셀러'라 불리는 물품 판매자들은 △페이팔 △페이오니아 △알리페이 등 해외 결제 플랫폼을 통해 물건 판매 대금을 받은 뒤, 국내 PG사를 거쳐 국내로 송금한다. 셀러들은 이 과정에서 해외 플랫폼 결제 계좌 소유주를 곧바로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려 탈세를 시도했다. 해외 결제 플랫폼에서 돈을 보내더라도 국내 PG사에는 구체적인 계좌주명이 남지 않는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내 PG사의 자료에는 물품 판매자에게 송금한 계좌번호만 있고 계좌 소유주 정보가 따로 없어, 별도의 확인 작업을 거쳐야 했다”며 “그동안 누적된 수집 자료와 신고내역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겨냥한 탈세는 온라인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이나 국내 관광지 음식점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면서 알리페이나 텐센트 같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소득을 숨길 수 있었다. 이번 조사대상에는 국내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면서 외국인 환자의 수술비, 시술비를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받고, 이 수익을 한 푼도 신고하지 않은 의사도 포함됐다.

해외 모기업에 과도한 이익을 안기면서 국내 납세 의무를 회피한 다국적기업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다국적기업 국내 자회사 B사는 모회사에 지급해야 할 상표권 사용료를 해외의 다른 자회사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사용료를 세 배나 올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제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신종 탈세유형 발굴 등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불공정 역외탈세를 막겠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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