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선수들의 부진과 2군행. 상대적으로 일본의 잦은 엔트리 교체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백전노장답게 의연했다.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발탁된 일부 주축 선수들의 부진에도 김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대회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김경문호에 승선한 24명 중 일부는 공교롭게도 엔트리 발표 직후 부진했다. 박세웅(롯데)은 발탁 소식을 기뻐하고 등판한 6월 16일 한화전에서 4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한현희(키움)는 22일 두산전에서 3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고, 이의리(KIA)도 같은 날 KT전에서 6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모두 그 다음 등판에선 회복세를 보였지만 대표팀을 향한 불안한 시선이 없지 않았다.
고영표(KT)와 함께 가장 기복없는 투구를 하던 최원준(두산)마저 지난 6일 잠실 NC전에서 홈런 3방을 얻어 막고 올 시즌 최다인 6실점으로 무너졌다. 가장 염려되는 투수는 차우찬(LG)이다. 재활을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김 감독의 특별한 부름을 받았지만 지난 5일 잠실 한화전에서 1.1이닝 5실점 부진 후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 감독은 그러나 7일 본보와 통화에서 "일단 뽑은 이상 믿고 가야 된다. 중요한 건 올림픽 때 컨디션이다. 일시적으로 부진하다고 해서 부상이 아닌 이상 교체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 최종엔트리는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만 진단서를 첨부해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이 부상을 명분으로 부진한 선수를 교체해온 게 관행이다. 라이벌이자 주최국 일본은 벌써 3명째 바꿨다. 급해질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은 자칫 선수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교체를 택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데 방점을 찍기로 한 것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은 '원 팀'이다. 선수들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각 구단 선수들 간, 투수-야수 간 손발을 단기간에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믿음'과 '뚝심'은 트레이드마크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부진한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해 기적의 드라마를 썼고, 국제 무대 경험이 일천했던 신예들을 대거 중용하면서 금메달을 일궜다.
일부를 제외하면 고영표와 원태인(삼성), 김민우(한화) 등 뉴페이스 투수진을 비롯한 대다수 선수들은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해 김 감독의 혜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표팀은 19일 소집한 뒤 20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 모여 두 차례 평가전을 포함한 훈련을 치르고 26일 일본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