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무 VS 포병레이더'... 軍, 아군 장비끼리 싸움 붙인 까닭은?

입력
2021.07.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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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최근 국산 유도 로켓과 대포병탐지레이더를 혼용한 시험평가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국산 무기끼리 싸움을 붙여본 건데 흔치 않은 일이다. 이유는 북한 장사정포ㆍ방사포에 대한 대응 수준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기술이 날로 진화해 하루 빨리 정밀 탐지 능력을 구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6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은 앞서 5월 동해 지역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다연장로켓 ‘천무’ 해상 발사 훈련을 실시했다. 천무는 여러 발의 로켓탄을 상자형 발사대에 실어 동시에 발사하는 무기로 2015년 실전배치됐다. 또 다른 국산 무기체계인 ‘대포병탐지레이더-Ⅱ’도 동원됐다. 이 레이더는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쏠 경우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한 뒤 비행 궤도를 역추적해 얻어낸 포탄 위치 정보를 아군 포병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018년 실전배치됐으며 천무와 함께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상쇄하는 데 필요한 핵심 무기로 꼽힌다.

'천무'를 北 300㎜ 방사포로 가정

통상 육군은 해상 포사격 훈련에서 천무와 대포병탐지레이더-Ⅱ를 함께 사용해왔다. 대포병탐지레이더-Ⅱ가 천무가 발사한 로켓의 탄착 지점을 포착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훈련에서 처음 시도된 시험이다. 대포병탐지레이더-Ⅱ가 ‘발사 중 방향을 튼 로켓탄’도 탐지 가능한지를 새롭게 측정했다.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유도 기능이 없는 로켓 궤적을 탐지하는 데 특화된 장비다. 하지만 천무의 경우 유도 로켓과 무(無)유도 로켓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군 소식통은 “천무는 로켓탄이 낙하하는 종말 단계에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서 “5월 훈련에서 국산 무기가 유도 기능을 갖춘 적군 로켓을 어느 정도 탐지할 수 있는가를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형태의 훈련이 실시된 건 처음이며, 방위사업청은 물론 천무 및 대포병탐지레이더-Ⅱ 개발사 관계자들도 입회해 시험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목적은 분명하다. 다른 소식통은 “새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의 300㎜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240㎜ 방사포(사거리 60㎞)와 170㎜ 자주포(사거리 50~60㎞)를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집중 배치한 북한은 최근 300㎜ 방사포(대구경조종방사포)까지 개발했다. 유도 기능이 없는 기존 방사포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요약하면 육군은 이번 훈련에서 천무 로켓탄을 북한의 300㎜ 방사포탄으로 상정하고, 대포병탐지레이더-Ⅱ가 이를 알아챌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본 셈이다.

아군 레이더, 종말 단계 천무 탐지 못해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종말 단계의 천무 로켓탄을 탐지해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원래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유도 로켓이 아닌 무유도 로켓 탐지용으로 개발돼 천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날이 갈수록 진일보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맞서 군 방어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상쇄해야 하는 우리 군으로선 새로운 과제가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두 무기 체계를 활용한 훈련이 있었지만 결과 관련 사항은 군 훈련 내용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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