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실감독, 금융사 CEO재판에도 영향?...무더기 징계받은 금융권도 '부글부글'

입력
2021.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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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 우리은행, DLF 징계 선고 다음 달 20일
금융권 "손태승 중징계 정당성 잃었다"
금감원 "중징계와 감사 결과는 별개 사안"
CEO 징계 받은 금융권 "금감원 책임 안 져" 비판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금융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장 DLF 사태에 대한 징계를 두고 다투고 있는 금감원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간 법적 공방에 이번 감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금감원 징계를 받은 다른 금융사 역시 '징계 정당성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금감원 징계에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DLF 중징계 놓고 다투는 금감원과 손태승, 재판 '기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이 DLF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일은 다음 달 20일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 DLF 불완전 판매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내렸다. 손 회장은 금융권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는 중징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손 회장 재판은 비슷한 건으로 소송을 제기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감사원 감사 결과가 손 회장 재판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날 감사원은 금감원이 DLF 불완전 판매를 두고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또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감시 업무에 태만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금감원과 손 회장 간 법적 분쟁의 쟁점은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릴 권한을 갖고 있는지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손 회장이 져야 하는지 등으로 요약된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DLF 불완전 판매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지난해 손 회장에게 내렸던 중징계 결정 역시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관리·감독만 잘했어도 불완전 판매는 일부 막을 수 있었다"면서 "금감원이 책임져야 할 부분을 고려할 때 손 회장 징계는 과했다"고 말했다.

금융권 "부실 감독 책임 안 지고 금융사만 징계"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와 손 회장 재판은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중징계를 촉발한 DLF 불완전 판매와 금감원의 관리·감독 소홀은 인과 관계가 없는 별개 사안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영업 단속 과정에서 감독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무마했다고 해서 불법 행위가 적법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불완전 판매라는 법 위반과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 역시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징계를 받은 금융사들도 금감원의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헌 전 원장 등 금감원 고위 인사는 감독 소홀의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 펀드 판매사인 은행·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만 징계를 받고 있어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책임이 이번에 공식적으로 입증된 만큼, 금융사에만 책임을 묻는 금감원 행위는 이치에 맞지 않다"며 "특히 금감원은 실무자만 징계를 하면서, 금융사에는 CEO 책임을 묻는다면 어느 금융사가 그 징계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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