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 6월은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서울에 비가 온 날은 30일이나 된다. 이틀 중 하루는 비가 내린 셈이다. 여기에 평년보다 장마가 늦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잦은 비에 소비자들이 유독 지갑을 많이 연 품목이 있다.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가 5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60일 중 비가 온 30일 동안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비가 온 날엔 그렇지 않은 날보다 간편식이 더 많이 팔렸다.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 등으로 간단한 조리만 하면 되는 생선, 육류 등 간편구이 제품은 비 내린 날 판매량이 38% 더 많았다. 조리가 비교적 간편한 전(11%)이나 떡볶이(10%)도 비 오는 날 많이 팔린 상품이다.
가정에서 요리할 때 필요한 주방용품도 비 오는 날 판매량이 늘었다. 프라이팬은 34%, 접시나 수저 등 식기류와 칼, 가위 등도 14% 더 많이 팔렸다. 궂은 날씨에 식사하기 위해 외출하는 대신 간편한 ‘집밥’을 즐긴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장마 가전'으로 꼽히는 제습기는 기후 변화의 최대 수혜자다. 올해 5, 6월 롯데하이마트의 제습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롯데하이마트 주광민 대치점장은 “잦은 비 소식과 장마 예고로 제습기를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여름철 습도 관리가 중요한 만큼 제습기를 찾는 고객이 당분간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면역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보양식 판매는 날씨와 상관없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 초복을 전후해 많이 팔리는 삼계탕은 올해 빨리 찾아온 더위로 일찍부터 매출이 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은 지난달에만 전년 동기 대비 81%나 판매량이 늘었다. 신세계푸드는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외식을 꺼리는 데다 ‘밥상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1만원의 행복’을 즐기려는 이들이 삼계탕을 많이 구입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인 초복을 앞두고 간편식 라인업을 강화해 보양 간편식 시장을 공략했다”며 “삼계탕은 다양한 재료를 넣고 오랜 시간 끓여야 하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 먹기에는 부담스러워 매년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