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 쥔 구미시의원, '알박기'로 거액 시세차익

입력
2021.07.05 18:40
경북경찰, 투기혐의 재선 구미시의원 구속
찬반 팽팽 구미 꽃동산공원 조성사업 동의안
구미 시의회 통과 넉 달여 앞두고 차명 매입

민간공원개발계획이 시의회를 통과하기 몇 달 전에 해당 부지를 매입, 몇배의 평가차익을 본 경북 구미시의회 재선의원이 부동산 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북경찰청 부동산특별수사대는 5일 경북 구미시 도량동 ‘꽃동산’ 민간공원개발 부지 조성사업 협약서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하기 4개월여 전에 해당 사업부지 일부를 매입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구미시의회 A의원을 구속했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이윤호 부장판사는 이날 A의원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등의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한국일보 취재결과 A 의원은 2019년 9월 구미시 도량동 꽃동산 조성사업 대상지 안 1,100여㎡를 1억3,700여만원에 차명으로 매입했다. 당시 구미시는 민간사업자의 제안 등을 토대로 꽃동산공원 조성계획 변경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공람ㆍ공고하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 반대 여론이 높아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였다. 해당 사업 계획안은 같은 해 12월 시의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뒤 이듬해 2월 통과했다.

경찰은 A의원이 일부 수정을 거쳐 시의회 통의 가능성을 미리 알고 부지를 매입, 거액의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부지는 지난해 7월부터 보상에 들어갔으며, 올해 초 시행자 측이 4억400만원을 제시했지만 더 많은 보상금을 요구하며 불응해 실제 매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또 다른 구미시의원 1명도 부동산 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A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고령군의원, 영천시 간부에 이어 경북에서 부동산 투기 혐의로 구속된 4번째 ‘공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구미 꽃동산공원 조성사업은 구미시 도량동 야산 68만8,860㎡에 공원시설(70.97%)과 아파트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한 민간개발 방식을 반대하며 거세게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구미시의회에서도 수차례 개발계획 동의안을 부결시켰고, 도시공원 일몰제(2020년 7월1일)를 4개월여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의회를 통과했다.

안동=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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