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 융자가 역대 최고치인 24조 원을 넘어섰다. 연초만 해도 20조 원을 밑돌던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올 상반기에만 5조 원 가까이 늘었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빚투)'하는 규모가 1년 만에 두 배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에 이어 재차 달아오른 '빚투' 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역대 최고치인 24조3,02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로, 지난 1일(24조1,816억 원) 사상 첫 24조 원을 돌파한 이후 하루 만에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주식 빚투 현황을 보여주는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주식 투자 열풍에 맞물려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지난해 1월(1월 2일 기준 9조2,000억 원) 이후 올 1월(1월 4일 기준 19조3,500억 원)까지 1년 새 10조 원 가까이 불어나더니, 상반기에만 5조 원 가까이 늘었다.
빚투 증가세는 최근 주가 상승세와 무관치 않다. 5월 지루한 횡보세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최근 3,3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코스닥 역시 '천스닥(코스닥+1,000선)'을 재돌파한 이후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보통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잔액은 주가 상승 시기에 늘어나는 경향이 크다.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에 빚투를 감행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빚을 내 산 주식 가격이 오르기만 한다면야 문제 될 건 없다. 하지만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여전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변수들이 적지 않다. 코스피가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일단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한 상태다. 이에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이 현시점에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키움증권은 '7월 증시 전망 보고서'에서 "(월간 기준)8개월 연속 코스피 플러스 상승률과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위험지표들이 조정 불안감을 생성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민감 장세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점 또한 이번 여름의 (증시)열기를 식힐 수 있는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빚투 투자자들은 늘 '반대매매 리스크'를 우려해야 한다. 반대매매란 주가가 떨어질 경우 추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대출 회수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수익을 냈다면 일정 부분 수익 실현에 나서 현금화해야 하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증시 낙관론이 유효하지만, 신용거래는 당장의 위험 관리가 늘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