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벌금형을 확정한 판결을 대법원이 취소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임 당시 "재판에 위법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한 사건 중 하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이 확정된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를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1월 전북 군산시의 한 단란주점 앞에서 택시기사 B씨와 시비가 붙어 B씨의 오른쪽 귓불을 잡아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B씨는 약 2주 뒤 검찰에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으나, 검찰은 법원에 A씨에 대한 약식명령(정식재판이 아닌 서면심리만으로 벌금형 등을 과하는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 역시 B씨의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A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확정 판결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중요하다.
윤 전 총장은 A씨에 대한 공소제기와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이후 판결에 위법이 있을 경우 신청하는 구제절차로 검찰총장만이 할 수 있다.
대법원은 "검찰의 약식명령 청구는 법령에 위배돼 무효라 기각돼야 하고, 이를 간과한 채 약식명령을 발령한 원판결도 법령 위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