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군 점령군' 표현을 강하게 비판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점령군 표현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윤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야권 정치인들이 이 지사가 편향적 이념을 드러냈다며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이 지사를 두둔한 점도 눈길을 끈다.
조 전 장관은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글을 올린 뒤 "해방 직후 미군과 소련군이 남북한을 각각 '점령'했음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앞서 페이스북에 "셀프 역사 왜곡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적으며 이 지사를 성토했다. 이 지사가 앞서 1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고 한 발언을 비판한 건데,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의 언행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은 이에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적으며 윤 전 총장의 지적이 잘못됐다고 따졌다.
그는 "1945년 9월 7일 맥아더 미 극동군사령관 포고령 1호. '본관이 지휘하는 전승국은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고 썼다.
이어 "1945년 9월 20일 소련군 최고 사령관이 극동사령관 및 제25군에 내린 지령에 '적군의 군대에 의한 북한의 점령과 관련해 최고 사령관과 상부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침으로 삼도록 명령한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국민의힘 및 유력 대선 후보 윤석열씨, 그리고 수구 언론은 역사적 사실을 '색깔' 공세의 소재로 써 먹는다"며 "퇴행적"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