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살인 폭염'… 캐나다 사망자 500명 추산

입력
2021.07.0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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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돌연사 예년 3배 
50도 넘는 이라크, 정전에 시민들 거리 시위로

세계 곳곳이 이상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북미 서부 지역을 덮친 기록적 더위로 캐나다에서 5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서부 병원 응급실은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면서 복도에서 치료받는 상황까지 왔다. 그런가 하면, 정전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반(反)정부 시위까지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서 지난 한 주간 719명이 돌연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년 비슷한 기간(약 230명)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폭염으로 인한 돌연사가 500건 가까이 발생한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리사 러포인트 주 수석 검시관은 "극한 날씨가 돌연사 증가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의) 상당수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집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미 서부지역은 고기압이 정체하며 반구(半球)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섭씨 50도에 가까운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위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계자들 경고도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에서도 폭염 기간 사망자가 95명 발생했다. 워싱턴주 역시 더위 관련 사망자가 30여 명에 이른다. 온열질환자 급증으로 이들 지역의 병원 응급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반보다도 바쁘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의 경우,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1,792명) 중 21%가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였다고 주 보건부가 밝혔다.

폭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곳은 북미 지역뿐만이 아니다. 중동에선 이라크가 50도 안팎의 살인적 더위로 고통받고 있다. 에어컨이 있는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어린 자녀의 체온을 내리려고 몇 분간 아이를 냉장고에 넣는 사례도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더 큰 문제는 정전이다. 열악한 전력 공급 능력이 최근 전력 수요 급증을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라크 남부 도시에선 반정부 시위가 1일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시위대 12명과 경찰 7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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