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없이 7언더 몰아친 김해림... "한달 전부터 준비, 캐디피 부담 후배들 위해 나서"

입력
2021.07.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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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도움 없이 플레이 하는 것이 얼마나 경기력에 영향 미치는지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KLPGA 통산 6승을 기록한 김해림(32·삼천리)이 2일 강원 평창군 용평 버치힐 골프클럽(파72·6,434야드)에서 열린 KLPGA 열두번째 대회 '맥콜·모나파크 오픈 with SBS Golf' 1라운드에서 캐디 없이 직접 골프백을 카트에 싣고 경기에 나선 것이다.

KLPGA 정규 대회에서 출전 선수가 캐디 없이 경기에 나선 것은 김해림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림은 혼자서 캐디 역할까지 해야했지만 이날 버디 8개와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김해림의 ‘노캐디 경기’는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김해림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나 유러피언 투어에서 노캐디 플레이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혼자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달 전부터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코스의 티 박스에서부터 세컨샷, 그린까지 캐디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지 사전에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해림은 캐디없이 경기를 치른 이유에 대해 “캐디 없이 플레이를 했을 때 얼마나 경기력에 영향이 있는지 해보고 싶어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혼자 결정하고 그 잘못된 미스샷에 대한 책임을 혼자 짊어지는 게 오히려 플레이하는 데 화가 덜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높아진 캐디피에 부담을 느끼는 후배들을 위해 나선 걸음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전문 캐디피가 많이 비싼 편이다. 하우스캐디도 이번 대회에서는 하루에 25만원을 받고 있는데 컷탈락을 걱정해야하는 후배 선수들은 사실 경비를 내는 게 쉽지가 않다. 내가 했으니 이젠 혼자서 플레이 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후배들은 산악지대 코스가 아니라면 한 번은 해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플레이가 어떻고, 내 결정이 경기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지는지 좀 더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남은 라운드에서도 캐디 없이 나설지에 대해서 김해림은 “2, 3라운드에 비 예보가 있어 혼자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하우스캐디를 쓸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LPGA통산 6승'을 써낸 김해림은 지난해 어깨 부상 이후 좀처럼 예전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해림의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5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의 공동 6위다.

한편 시즌 6승 도전으로 관심을 모은 '대세' 박민지(23)는 아인샷과 퍼팅이 한꺼번에 흔들리며 부진한 출발을 했다. 박민지는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후 이날 출사표를 던졌지만 올 시즌 9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휩쓸었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박민지는 버디 2개,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4오버파 76타를 적어냈다. 특히 2번홀(파3)에서는 3퍼팅으로 보기를 범했고, 8번홀(파5)에서는 3온에 성공한 뒤 무려 네 차례나 퍼팅을 하며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등 세밀함이 떨어졌다.

김유빈(23)과 황정미(22)가 6언더파로 김해림을 1타차로 추격하며 우승 경쟁에 나섰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임진희(25)는 1오버파로 경기를 마쳤다.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박현경(21)은 1언더파로 2라운드를 맞게 됐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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