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제주도부터 중부지방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첫 장맛비가 내린다. 7월에 접어들어서야 시작하는 '지각장마'는 동시에 많은 양의 강한 비를 불러올 전망이다.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최대 1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돌발 홍수와 산사태, 침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하 배수시설 등 건설 현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호우 예보에도 공사를 멈추지 않거나 비상용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안전불감증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수몰사고의 원인이다. 지난달 28일에도 전북 전주시에서 상수관로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갑작스러운 폭우에 고립돼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작업 중지 등 현장에서 지켜야 할 지침을 긴급 배포했다. 건설 현장에 폭우에 취약한 요인은 없는지 확인하는 집중 점검도 시작한다. 고용노동부는 지자체에 '수몰사고 예방대책'이 담긴 자료를 배포하고,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기간에 맨홀 내부 공사 중지를 요청했다고 2일 밝혔다.
장마철 수몰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는 일은 반복돼 왔다. 대부분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한 경우다. 현행법상 안전을 위한 공사 정지 권한이 있는 '공사감독관'의 작업 중지 결정이 중요한 이유다.
2017년 7월 4일 경남 창원시의 복개구조물 보수공사 현장에선 국지성 호우로 늘어난 하천 급류에 휩쓸려 3명이 사망했고, 2019년 7월 31일 서울 양천구 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전선 정리 작업 중이던 2명과 이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터널 안으로 들어간 원청사 직원 1명이 빗물 유입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악천후에 작업을 중지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경보 설비나 비상 대피 조치도 미흡했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장마철 수몰사고는 미처 대처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여러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며 "기상 정보 확인과 비상 인프라 설치 등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부는 작업 시작 전 기상청 앱(날씨알리미)으로 실시간 정보를 꼭 살펴보고 강우 상태를 확인하는 감시인을 배치할 것, 경보 설비 등 비상용 기구와 비상연락망을 구축할 것, 유수 유입 차단 시설을 설치하고 비상 대기반이 출입 인원을 철저히 통제할 것 등이 담긴 세부 예방대책을 내려보냈다.
또 7, 8월에 걸쳐 한국산업안전공단과 같이 실시하는 안전 점검에서 ▲침수로 인한 익사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 붕괴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낙하·전도·비래 등의 위험성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