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소방관이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한편 갑질 소방관을 다른 소방서로 발령조치했다.
1일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9시5분쯤 대구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속 소방관 A씨가 건물 옥상에서 뒤편 주차장 방향으로 뛰어내렸다. A씨는 1층 비가림막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떨어졌고, 얼굴과 복부 열상과 우측 무릎 등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당시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와 같은 팀 동료 2명과 흥분한 상태로 다퉜고, 건물 옥상에서 우발적으로 뛰어내렸다.
소방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0월 쯤 직장상사인 B씨로부터 "너 지금부터 업무하지마, 넌 안되겠어"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듣을 뒤 불편한 감정을 가져왔다. A씨는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평소 다른 직원들에게도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가 투신 당시 B씨는 현장에 없었지만 이날 다툼도 B씨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원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중부소방서에서 발생한 소방관 투신 사건과 관련해 갑질을 한 소방관을 파면하고, 지휘 책임을 물어 당시 소방서장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몰지각한 소방 간부의 갑질로 소방의 신뢰는 퇴색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뛰어야 할 17년차 베테랑 소방관의 사고로 이어졌다"며 "소방서 갑질에 대한 투서에 대해 제대로 된 본부의 조사와 조치가 있었으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갑질을 한 대상자에 대한 익명 제보가 있었을 때 해당 서장은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최근 인사에서 감사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가 가해자와 고교 동문으로 알려져 사고에 대한 공정한 조사와 처벌 가능성에 의혹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문제가 된 소방관은 다른 소방서로 발령해 분리 조치하는 한편 신속하게 관련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사고 다음날 문제 직원들을 분리 조치 후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했고, 조사내용과 별개로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인사 조치했다"며 "1일 소방감사담당관으로 전보된 전 중부소방서장은 첫 날부터 조사에서 배제했으며 현재 소방행정과장이 조사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찰 조사와 별개로 갑질 행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겠다"며 "자체 익명 신고시스템 도입, 정기적인 갑질 설문조사 시행 등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소방은 이달 9일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