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중국밖에 없다.”
요즘 북한의 행보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북한이 연달아 ‘중국 편애’를 드러내며 돈독한 북중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양국 주재 대사의 교차 기고와 공동간담회 개최에 이어 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은 중국 지도부를 한껏 추어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식량난 등 보건ㆍ경제 악재로 가중된 내부 위기를 ‘혈맹 강화’를 통해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과 꽃바구니를 보냈다. 축전에는 시진핑 지도부를 향한 예우가 가득 담겼다.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은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전투적 우의와 혈연적 유대의 위력으로 난관과 애로를 과감히 헤치며 매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홍콩보안법과 소수민족 인권, 남중국해 분쟁 등 전 분야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을 겨냥하며 확실하게 시진핑 정권 편을 든 것이다.
원래도 최우방이었지만, 북한이 최근 중국에 노골적으로 손을 뻗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길어지는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확산 등 어려움을 해결할 유일한 ‘구원투수’가 중국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날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 부문의 ‘중대 사건’ 발생을 거론할 만큼 집단감염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코백스(COVAX)를 통해 백신을 받자니, 내부 실태를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단기에 집단 면역을 달성하려면 중국의 도움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중국 외교부도 전날 “북한이 필요하면 중국은 북한(방역)을 돕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등 대북 방역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도 중국의 원조는 절대적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이 명백한 핵포기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제재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식량 부족으로 쌀값이 폭등하는 등 ‘자력갱생’은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의 막대한 지원은 체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경제협력의 포장을 씌워 ‘체면’까지 챙길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인 셈이다.
중국의 든든한 뒷배는 굳이 양보를 하지 않고도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가능케 하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장 미국과의 대화에 목을 매느니 북중 밀착으로 대치 전선을 넓혀 핵 개발 동기를 축적하는 등 북미협상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