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체 회식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면서 직장가 음식점주와 대리기사들은 기대가 큰 반면, 배달음식 수요가 줄어들 거란 우려 속에 배달전문점과 라이더(배달기사)의 표정은 어둡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수도권은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이 4명에서 6명으로 확대되고, 영업 제한 시간도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늘어난다.
거리두기 완화 이틀 전인 29일 서울 여의도·종로 등 오피스 밀집 지역 식당가에는 사라졌던 회식 손님이 돌아올 거란 기대감이 감지됐다. 종로구 흑돼지 전문점에서 일하는 임종우(50)씨는 "다음 달 1일 5명 이상 예약만 5건"이라며 "손님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고기 주문을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아르바이트생도 상황 봐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양대창구이집을 운영하는 오종복(47)씨도 "지난해 7월 영업제한이 시작되면서 바로 다음 달인 8월부터 가게 사정이 안 좋았다"면서 "다음 달 5인 이상 예약전화가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지역 대리운전업계도 들썩이는 분위기다. 대리기사 조병기(56)씨는 "밤 10시면 모든 가게 문이 닫히고 손님이 사라지니 일을 거의 못했다"며 "생계를 위해 강원 철원 지역에서 논 방역 일용직을 해왔는데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니 서울에 돌아와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일하던 대리기사들도 일감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배달 호황'을 누려온 소규모 식당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마포구의 소규모 매장에서 배달전문 음식점을 하고 있는 한모(57)씨는 "배달전문점 입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주문량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홀 영업을 같이할 수 있는 매장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달기사들도 일감이 줄어들까 걱정이 크다. 용산구에서 배달대행업체 지사장을 하고 있는 3년차 라이더 유효석(34)씨는 "코로나19 이후에 매출이 다소 늘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영업 제한 시간인 밤 10시 이후 배달물량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적어도 매출이 20~30%는 줄어들 걸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대기업의 배달사업 확장까지 맞물린 터라, 음식 배달보다는 당일 택배와 같은 물류사업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리두기 완화의 득실을 따지기 앞서, 자영업계의 공통된 우려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었다. 용산구에서 30년간 노래방을 운영해온 정모씨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매출 회복까지는 족히 2, 3년은 걸릴 텐데, 자칫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커피집을 운영하고 있는 30대 남성 A씨도 "백신을 접종해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뉴스를 보면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거리두기 완화만으로는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