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되찾겠다"는 트럼프… 탄핵 찬성한 공화당 의원부터 보복

입력
2021.06.27 17:30
'2020 대선 사기' 주장 계속, 바이든 비판
탄핵 찬성한 현직 의원들 경선 탈락 지원
대항마로 나선 후보들 적극 후원 나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지지자들과 만난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내 '배신자'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에 찬성한 상·하원 의원들의 경선 상대 후보들을 위해 선거 유세를 통해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며 이들의 경선 탈락을 유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州) 웰링턴 로레인 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선거 유세에 참석해 "우리는 백악관을 되찾고, 상원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을 되찾을 것"이라며 "곧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트럼프는 퇴임 이후 몇몇 공화당 행사에 참여했지만, 수천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선거 유세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다. 특히 이민정책에 집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사람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며 "바이든은 우리의 정책을 역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지난 1월 하원에서 자신의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앤서니 곤잘레스 하원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오하이오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맥스 밀러가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당내 경선의 상대 후보가 곤잘레스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곤잘레스를 'RINO(Republican in name onlyㆍ이름만 공화당원)'라고 비난하며 "그는 위헌적인 탄핵 마녀사냥에 찬성했다"며 밀러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겨냥하는 건 비단 곤잘레스뿐만이 아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공화당 정치인 모두를 정조준했다. 지난 18일엔 켈리 치바카를 다음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알래스카가 상원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치바카는 머카우스키와 달리 2020 대선이 사기였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는 등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활동을 이어왔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자신을 비판했던 공화당원들에 대한 '복수 투어'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화당 경선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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