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암' 췌장암, 가족력 있으면 18배 증가

입력
2021.06.27 05:10

“걸리면 죽는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췌장암은 악명이 높다. 5년 생존율이 최근 10%를 넘었지만(2018년 12.6%) 10대 암 중 가장 낮기 때문이다.

췌장(이자)은 위 뒤쪽, 몸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길이가 15㎝ 정도 되는 가늘고 긴 장기다. 십이지장ㆍ담관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ㆍ몸통ㆍ꼬리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2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되도록 돕는다. 두 번째로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들 호르몬은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腫塊)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누는데 전체 췌장암의 85%는 외분비샘으로 부르는 췌관에서 생긴다.

이태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위암이나 대장암은 1~2기에 발견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지만, 췌장암은 장기의 위치 때문에 대부분 3~4기에 발견된다”며 “일반 종합검진에서 하는 복부 내시경이나 초음파검사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특히 체부와 미부는 위장 공기로 췌장 관찰이 불가능할 때가 있고 혈액검사로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췌장암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중에서는 K-Ras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70~90%에서 이 유전자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18배까지 많이 발병한다는 연구도 있다.

환경 요인은 식습관, 흡연, 만성췌장염, 나이, 음주 등이 꼽힌다. 육류나 기름기 많은 식습관은 췌장암 발병 위험을 2배가량 높인다. 흡연은 췌장암 발생과 관련이 깊은 발암물질이다. 흡연자는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3배 높다. 만성췌장염은 15배 정도까지 췌장암 위험이 올라간다.

남녀 비율은 1.5대 1 정도로 남성에서 더 많고, 5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올라가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인구 1,000명당 1명꼴로 유병률을 보인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통증은 명치 통증이 가장 흔하지만 복부 어느 쪽에도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나타날 때는 이미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통증이 없을 때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췌장 머리 쪽에 암이 생기면 80%에서 황달 증상을 보인다. 종양 때문에 총담관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막혀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그에 따라 빌리루빈(bilirubin)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췌장 몸통이나 꼬리 쪽에 암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시간이 꽤 지나서야 발견된다.

종양이 자라면서 십이지장으로 흘러가는 소화액(췌액과 담즙) 통로를 막아 지방 소화에 문제가 생긴다. 또 전에 없던 당뇨병이 나타나거나 기존 당뇨병이 악화하기도 하고 췌장염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당뇨병이 췌장암 원인이기도 하지만 췌장암에 의해 이차적으로 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췌장암이 의심도면 초음파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복강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췌장암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이 유일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 보조적 치료가 필요하면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요법 등이 진행된다. 치료법은 암 크기와 위치, 병기(病期), 환자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과 항암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 중에서 택한다.

췌장암의 60%는 췌장 머리 부분에 생기는데 이때는 췌장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한다. 몸통과 꼬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비장을 함께 자르는 췌장미부절제술을 시행한다.

췌장암 환자 중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10% 정도다. 일부는 침윤된 주위 혈관을 절제하면서 수술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암세포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를 한 뒤 수술하기도 한다.

이태윤 교수는 “췌장암은 다른 암보다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따라서 췌장암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 즉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 흡연자, 당뇨병, 만성췌장염을 앓고 있으면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복부 CT 같은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도 육류나 지방이 많은 음식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ㆍ과일을 많이 먹고 금연, 적정 체중 유지를 하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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