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논란 여파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춤하는 동안 국민의힘 잠룡들은 신발 끈을 바짝 동여매고 있다. 본격 레이스에 앞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해 존재감을 키우고 대세론을 흔들기 위해서다. 친정에 돌아온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때리기',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각각 경제·청년을 내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친정으로 복당한 홍 의원은 연일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공세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그는 25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총장이라는 법의 상징에 있던 분이 등판도 하기 전 20가지 정도의 비리 의혹이나 추문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직격했다. "검찰 사무는 대통령 직무의 1%도 안 된다"면서 윤 전 총장의 약점으로 꼽히는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자신의 지자체장(경남지사) 경력을 부각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대선후보 중 2위를 달리고 있는 홍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윤 전 총장과 격차를 좁힐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X파일 논란을 계기로 전통 보수 지지층이 자신에게 결집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복당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와 시너지도 기대해봄직하다.
홍 의원의 거침 없는 행보에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집안 어른들 걱정이 많다. 집안이 잘 되려면 맏아들이 튼튼해야 하는데 말썽을 많이 부렸지 않나"라며 우려를 전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후 상승세를 탄 유 전 의원도 야권 주자 중 선두권에 안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JTBC 의뢰로 지난 19, 20일 실시한 보수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4.4% 지지율로, 윤 전 총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인 유 전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에 반색하고 있다. 그러면서 판·검사 출신 일색인 야권 잠룡 중 유일한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언 정치는 소통 방법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등 야권 주자 1위인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성 발언 횟수가 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다음달 12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정책 구상을 담은 책 출간과 함께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원 지사의 키워드는 '청년'이다. 만 36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원 지사는 지난 22일 정책자문그룹 '원코리아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이준석은 2021년의 원희룡이고, 원희룡은 2000년의 이준석”이라고 소개했다. 당 안팎의 올드보이들과 차별화된 젊은 개혁주의자 이미지를 부각해 청년층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발빠르게 디지털 소통에 뛰어들었다. 비트코인 투자 실험에 이어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인 '제페토' 계정까지 만들었다. 원 지사 측은 "앞으로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현직인 원 지사는 다음달 중 지사직 사퇴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여론조사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