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정보기술(IT)기업 애플과 프랑스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스타트업 간 법적 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4년 전 프랑스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 프랑스 스타트업들도 합류해 전선이 민간 분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와 관련, 자국인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애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사법원은 자국 재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공판 기일을 9월 17일로 정했다.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 개발업체들에게 부당한 계약 조건을 적용했다는 게 재무부 측의 주장이다. 예컨대 애플이 앱 가격 책정에 개입할 수 있게 하거나 앱 배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등의 조항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당초 2017년 4월 프랑스 재무부가 프랑스 법원에 제기했으나, 애플의 이의 제기 등으로 그동안 심리가 미뤄져 왔다. 그런데 프랑스 스타트업 연합체인 '프랑스디지털'이 "애플이 엄청난 시장지배력을 통해 앱 개발자들에게 부당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소송 원고로 추가 참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고는 법원 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현재로선 재판 결론을 점치기 어렵지만, 그와 관계없이 재판 자체만으로도 애플엔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는 "(프랑스) 법원이 재무부·프랑스디지털 손을 들어주면 애플은 일부 조항을 변경해야 한다"면서 동일한 문제가 제기된 또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에서도 애플은 불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이긴다 해도, 오히려 "현행법은 IT 분야 공룡 기업 규제를 제대로 못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작용하게 돼 관련법 개정 주장의 설득력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애플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최근 영국 경쟁규제 당국은 애플의 앱스토어 등이 혁신을 억압하고 가격을 올리는지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당국은 이미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자국인 미국에서도 애플은 높은 수수료율(30%)과 자체결제 시스템 사용 의무 등에 반발하는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와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프랑스 소송과 관련, 폴리티코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날 "앱스토어의 폐쇄성은 사용자 보안을 위한 것"이라는 내용의 백서를 발간했다. 연이은 독점 논란에 맞대응을 하고 나선 셈이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6일 한 콘퍼런스에서 마찬가지 이유를 들어 EU가 제안한 '디지털시장법(DMA)'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경쟁 업체에 플랫폼을 개방하도록 하는 이 법안이 앱을 우회적으로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 결국 아이폰의 보안이 무너질 것이라는 종전 주장을 반복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