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3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위한 막판 조율에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직접 “역대 최대 규모”라고 예고한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주요 보직 간부 대부분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의 예고 발언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 중인 특정 간부들 교체를 합리화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로서는 수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이 고작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를 열고 고검검사급(차·부장검사) 인사의 기준과 방향, 규모 등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인사위 직후 "고위간부급 인사 이후 사직 등에 따른 공석을 충원하고 검찰 직제개편 사항을 반영해 작년 9월 이후 10개월만에 전면 인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위 논의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초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론 인사위 직후 발표되곤 했지만 이번엔 검찰 직제개편안 등과 맞물리면서 발표 시점에 조금은 여유를 두기로 했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직제개편안 시행령이 통과돼 관보에 게재되는 다음달 초, 보직을 이동시킬 계획이다.
관심은 현재 정권을 겨냥한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팀으로 쏠린다. 인사를 통한 수사팀장 교체는 물론이고 직제개편안으로 일부 사건은 재배당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 수사팀 입장에서는 빠르면 며칠, 늦어도 1주일 정도밖에는 수사의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얘기인 셈이다.
현 시점에서 그나마 결론에 가까이 이른 사건으론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정도가 꼽힌다. 지난달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핵심 윗선’으로 특정하고,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해 결재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22일에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이 비서관 기소를 위한 준비를 다져가고 있다.
하지만 인사 전에 수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지는 전망이 밝지 않다. 이달 초 검찰 고위직 인사로 최종 결재자인 대검 차장검사가 바뀐 데 이어 지휘 라인 역시 ‘수원고검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수원지검장→대검 형사부장’으로 전환되는 등 결재권자의 ‘사건 파악’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현 수사팀에게 이광철 비서관의 기소를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주요 사건들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을 살펴보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일단 말단에 있는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의 명예훼손 등 혐의 사건부터 처리해야 하지만, 이 검사는 여전히 검찰 추가 조사 요구엔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의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역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기소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지만, 대검과의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