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생활하기 위해 가장 비싼 물가를 감당해야 하는 도시는 어디일까. 한 컨설팅업체 조사에서 전 세계 209개 도시 중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시가바트가 '외국인 노동자의 생계비 부담'이 가장 큰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도시로 유명한 일본 도쿄, 스위스 취리히, 싱가포르 등 다른 상위권 도시와 달리 아시가바트는 식량난 등의 악재가 주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머서가 2021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 도시별 생계비 부담을 조사한 결과 아시가바트가 전년보다 한 계단 상승해 1위에 올랐다. 이는 전 세계 기업과 정부의 해외 주재원 비용 지급 기준을 정하는 데 쓰이는 자료로, 주거·교통·음식 등 200개가 넘는 재화와 서비스를 평가한 결과다. 지난해 1위였던 홍콩은 2위로 내려갔고, 도쿄 취리히 싱가포르 등 주로 경제 활동 중심 도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시가바트의 높은 물가는 식량난과 금융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이 컸다. 독재 정부 아래 가스 자원 수출을 국가경제 주축으로 삼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은 2014년 이후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경제 위기가 심화했다. 지난해 9월 국제인권감시기구(HRW) 보고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기존 식량 위기를 악화시켜 식품 가격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BBC 방송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국가 선전을 위해 수도의 화려한 건물 등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결국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 외국 기업들이 자사 직원의 높은 주거 비용 등을 지원하면서 그 유지 비용을 감당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1년 사이에 54위에서 3위로 순위가 급상승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도 눈길을 끌었다. 머서는 "코로나19와 베이루트항 폭발사고로 레바논 경제공황 사태가 악화해 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환율도 순위 변동의 주요 요인이 됐다. 유로화가 미국 달러 대비 거의 11% 상승하면서 유럽 도시들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미국 뉴욕은 상위권에 들지 못한 반면, 파리는 전년도 50위에서 올해 33위까지 상승했다. 서울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1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살기에 가장 적은 비용이 드는 도시(209위)로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가 꼽혔다. 조지아 수도인 트빌리시(207위), 잠비아 수도인 루사카(208위)도 외국인 생활비 부담이 낮은 곳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