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까톡] TV조선 '와카남', '아내의 맛'과 틀린 그림 찾기

입력
2021.06.23 11:54
TV 조선의 프로그램 자가 복제
불명예 퇴장 '아내의 맛'과 닮은 '와카남'

TV 조선의 프로그램 자가 복제가 어디까지 지속될까. 이 정도면 시청자 기만에 가깝다. 조작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장한 '아내의 맛'이 제목만 바꾼 채 똑같은 그림으로 돌아왔다.

22일 TV 조선 측은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새 예능 프로그램 '와이프 카드 쓰는 남자'(이하 '와카남')의 론칭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와카남'은 변화된 시대에 따라 경제력이 높은 아내가 늘어나고 있는 생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뉴노멀 가족 리얼리티'다. 든든한 경제력을 갖춘 아내 덕분에 풍족한 일상을 누리는 남편과 가족들에 포커스를 맞춰, 그들이 선보이는 신박하고 유쾌한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한다는 연출 의도가 이날 함께 전해졌다.

또 제작진은 "기존에 볼 수 있던 부부 혹은 가족 예능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며 "달라지는 세태와 발맞춘 신박한 콘셉트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공감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말한 '신선한 공감'은 벌써부터 찾을 수 없다. '아내의 맛'의 진행을 맡았던 박명수와 이휘재를 필두로 홍현희 제이쓴 등 비슷한 얼굴들이 똑같이 나온다. 또 '아내의 맛' 스튜디오와 흡사한 넓은 테이블에 앉은 패널들의 구도가 기시감을 자아낸다. 전혀 다르고 새로운 시선을 표방했지만 아는 얼굴과 익숙한 연출은 전과 다를 바 없다.

앞서 '아내의 맛' 마지막 회에서 제작진은 "또다시 찾아올게요"라는 자막을 띄웠다. 그리고 정확히 2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모양새다. 특히 '아내의 맛'은 고정 패널 함소원의 방송 조작으로 폐지 수순을 밟았던 터. 당시 함소원이 방송에서 중국 시댁 별장이라고 소개한 곳이 에어비앤비 숙소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제작진은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3일을 끝으로 시즌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다른 제목으로 돌아오는 '아내의 맛'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제작진을 비롯한 TV 조선의 기만이다. 그간 TV 조선의 자가 복제는 계속 지적을 받았다.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내 딸 하자'는 유사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별 다를 것 없는 익숙한 그림을 내세우면서 뻔뻔하게 '신박함'을 외쳤다. '아내의 맛'이 불명예를 안고 퇴장했다면 이를 반성하고 새로운 포맷을 내놓아야 했다.

사실상 '아내의 맛'과 '와카남'은 아내의 경제권을 빼놓는다면 아내와 남편, 그 외 가족들의 일상을 담는다는 점에서 같은 테마다. 차라리 '아내의 맛' 시즌오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납득 가능할 정도다.

이 프로그램이 '아내의 맛'과 차이점을 얼마나 내세울 수 있을까. 심지어 공개된 스틸컷마저 분위기가 똑 닮았다. 달라진 건 패널들이 앉은 테이블 색과 배경 정도다. 대중이 이들의 '틀린 그림 찾기'를 용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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