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하면 품절… 'BTS 파워' 기업실적까지 쥐락펴락

입력
2021.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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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수십억 광고비에도 'BTS 쟁탈전' 치열 
국내외 실적 상승·브랜드 이미지 제고… "일석이조"
BTS로 확보한 잠재고객, '락인' 전략이 관건

요즘 유통업계에선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두고 "자고 나면 몸값이 뛴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BTS가 모델로 나서면 웬만한 제품의 품절 보장은 물론, 해외 실적도 수직 상승하니 거액의 광고비도 서슴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로 BTS가 국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광고주는 맥도날드, 롯데칠성음료, 코웨이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자)부터 4050세대에 이르는 전 연령층과 세계 각지 150만 ‘아미(BTS 팬클럽)’까지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BTS 효과로 브랜드 가치도 높이는 성과를 누리고 있다.

‘억’ 소리 나는 BTS 경제효과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화장품·식료품·의류 등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 규모는 3,717억 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데뷔 해인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이들이 창출할 경제적 효과가 56조 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일찌감치 BTS를 모델로 활용한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상품 패키지에 BTS 사진을 입힌 'hy 콜드브루 아메리카노'로 세계 각지에서 매출을 올렸다. 수출 첫해인 2019년 91만 개였던 판매량은 2020년 약 3배(270만 개)가 됐다. hy 관계자는 "2018년부터 협업을 시작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라며 "국적, 언어, 문화를 뛰어넘는 BTS의 브랜드 파워가 해외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프랜드는 BTS와 손잡은 지난해 해외실적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이달 맥너겟으로 구성된 'BTS 세트'를 49개국에서 판매하는 맥도날드의 경우, 출시 첫날 인도네시아에서 인파가 몰려 매장 13곳이 영업을 중단하는 '판매대란'이 일기도 했다.

"고객 아닌 '팬' 끌어오는 시대"

'BTS 마케팅'의 장점은 무엇보다 세계에 기업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고, 구매 저항감을 낮춰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휠라코리아는 2019년 계약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TS의 의류 화보를 꾸준히 게재했다. 그 결과 팔로워는 22일 기준 약 110만 명으로 늘어났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BTS 콘텐츠에 실시간으로 다양한 언어의 댓글이 달려 해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BTS가 참여하는 온라인 콘서트를 열어 신규 회원을 약 70만 명 확보했다. 이 중 91%는 외국인이다. BTS는 지난해 유료 온라인콘서트에서 자신들이 출연한 여러 광고영상을 무대 중간중간 노출했는데, 간접 홍보효과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기업은 고객이 아니라 '팬'을 끌어와야 하는 시대"라며 "BTS 팬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갈망을 잘 이용하면 투자비용이 아깝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기업들의 관건은 세계 각지에서 끌어모은 잠재고객들을 어떻게 묶어둘건지가 될 전망이다. BTS에 대한 호감이 기업과 제품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BTS와 만드는 여러 콘텐츠를 기업과 한국에 대한 스토리로 확장해 한국산 제품에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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