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선발은 리그 최고… 4, 5 선발은? ‘선발 야구’ 두산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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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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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고 원·투·스리 펀치를 보유하며 강력한 선발 야구를 선보이는 두산이 아이러니하게도 선발 고민에 빠졌다. 5인 로테이션 체제의 후반부를 맡아 줄 든든한 4, 5선발이 여전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두산은 32승 31패(0.508)로 5할 승부를 유지하며 리그 6위를 달리고 있다. 1위 LG와 5.5경기차로, 4위 삼성과도 3.5경기차로 여전히 선두권을 위협 중이다.

두산은 10개 구단 중 가장 강력한 1~3 선발을 보유하고 있다. 워커 로켓과 최원준이 7승씩을 올리면서 평균자책점 리그 1위(1.79)와 2위(2.34)를 나란히 달리고 있다. 아리엘 미란다도 시즌 6승에 평균자책점은 10위(2.97)로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압도적인 탈삼진 리그 1위(94개)다.

선발진이 모두 23승(3위)을 합작했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24번(공동 3위),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8번(2위)이나 된다. 이외에도 소화 이닝 4위(324.2이닝) 평균자책점 6위(4.19) 등을 기록하면서 가을 야구에 가장 최적화된 마운드 전력을 갖췄다.

문제는 4, 5 선발이다. 2019년 17승(평균 자책점 3.64)으로 맹활약한 이영하(6경기 1승 4패ㆍ10.44)와 ‘개인 통산 100승’ 대기록을 코앞에 둔 유희관(8경기 2승 4패ㆍ8.45)의 동반 부진이 결정적이다. 이영하는 올 시즌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지난 9일 다시 1군에 합류했고 유희관은 지난달 30일부터 1군에서 빠졌다.

여기에 대체 선발 자원들도 고전 중이다. 기대를 모았던 곽빈(7경기 3패ㆍ3.98)은 여전히 제구에 애를 먹고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곽빈에 대해 “계속 불안정하다 제구가 안 좋다. 마운드에서 자신있는 모습도 안 보인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용찬의 보상 선수로 NC에서 영입한 박정수도 이적 후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2패(8.2이닝 15실점 13자책)로 부진하다. 박종기(1경기 1패ㆍ4.08) 조제영(1경기 1패)이 선발 가능성을 시험 중이지만 여전히 의문 부호를 떼지 못했다.

4~5선발 자원들의 승패 마진이 -12(3승 15패)에 불과하다. 1~3선발이 20승 6패를 낸 것과 완전히 상이한 수치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4~5선발에서 4할 승부만 가져왔어도 리그 최상위권 다툼 중이었을 두산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4ㆍ5선발은 그때그때 잘 하는 투수로 쓰겠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다만, 시즌 초 ‘대체 선발 1순위’로 꼽혔던 김민규가 지난 20일 수원 KT전에서 5.1이닝 무실점(3피안타) 호투한 점은 반갑다. 김민규는 롱릴리프로 정규시즌을 시작한 뒤 5월까지 평균자책점 9.35로 부진, 1ㆍ2군을 오갔다. 하지만 6월 들어 계투 포함 3경기에서 8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이영하도 16일 삼성전에서 패하긴 했지만 올 시즌 최다이닝인 6.1이닝(4자책)을 소화하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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