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군을 빼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철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장악 지역 확대 속도가 예상에 비해 훨씬 빨라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취재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9월 철수 시한이 지켜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탈레반이 지역 센터에 대한 공격을 계속함에 따라 아프간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며 철군의 규모와 속도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리는 현 상황이 어떤지, 어떤 부가 자원이 철군에 필요할지, 우리가 가진 기능은 어떤지 매일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며 “이 모든 결정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철군은 절반 정도 진척된 상태다. 이미 아프간 정부군에 핵심 기지 몇 곳을 넘겨줬다. 바이든 대통령이 4월 철군 명령을 내릴 당시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 규모는 2,500명이었다.
커비 대변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아프간 정부군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철군 완료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기능이 약해지고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뒤 당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이후 탈레반이 반격에 나서 현재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장악했고 지난달 미군 철수를 기점으로 장악 지역을 늘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약 400곳의 아프간 지구 중 50여 곳을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