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한 불법 구금과 고문 과정에서 간첩으로 몰린 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국가로부터 13억여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 한정석)는 1970년대 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사망한 A씨 유족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B씨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1971년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방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들이 유죄 판단을 받은 주된 근거는 중앙정보부의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간첩 피의자로 몰린 C씨의 진술서였다. A씨는 자진 월북자와 접선해 공작금을 받고 C씨를 접선하라는 지령을 받은 뒤 반국가단체 구성원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B씨는 C씨의 간첩 활동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B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A씨와 B씨 자녀들은 이후 이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개시한 법원은 "고문 등 자백 강요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해 5월과 8월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들 가족은 지난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 과거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생긴 손해에 대해 국가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970년 11월 C씨를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A씨와 B씨로부터 받아낸 자백으로 기소하고 유죄 판결이 선고되도록 한 행위는 불법"이라며 "국가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불법행위로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반공법 위반죄로 형사처벌 받은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사회적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와 배우자, 자녀들에게 총 12억2,000만여 원을, B씨와 배우자, 자녀들에게 총 1억6,363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은 손해배상액에서 제외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