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생존율 7% '최악의 뇌암' 교모세포종, 수술·방사선으로 동시 치료한다

입력
2021.06.18 11:38

5년 생존율이 7%에 불과해 '최악의 뇌암'으로 불리는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인트라빔(Intrabeam)을 이용한 수술 중 방사선 치료(Intraoperative RadiotherapyㆍIORT)’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뇌종양센터 박현호ㆍ유지환(신경외과)ㆍ조연아(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은 지난 5월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수술 중 방사선 치료(IORT)’를 시행했다.

박현호 교수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후 곧바로 유지환ㆍ조연아 교수가 IORT용 인트라빔 장비로 수술 부위에 직접 방사선을 쬐는 치료를 했다. 환자는 현재까지 특이 소견이 나타나지 않고 양호한 상태다.

방사선 치료는 일반적으로 수술 후 수술 부위가 안정될 때까지 3~4주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또한 치료 부위에 인접한 정상 장기 때문에 방사선을 충분히 쬘 수 없는 한계가 있다.

IORT는 수술과 동시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므로 치료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수술 부위 근처에 직접 접촉해 고선량 방사선을 쬐기 때문에 악성도가 높고 예후가 불량한 교모세포종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IORT를 널리 사용하는 유방암 등 다른 암은 치료 기간이 1~2주 정도 줄었으며, 합병증이나 부작용은 기존 치료보다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유지환 교수는 “IORT 전용으로 개발된 인트라빔이 수술대 앞까지 들어올 수 있어 환자의 방사선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교모세포종은 악성도가 높고 재발이 잦아 치료 기간 단축이 큰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조연아 교수는 “IORT는 수술 중에 병변 부위를 직접 확인하면서 치료할 수 있어 정확히 방사선을 쬘 수 있다”며 “일반 방사선 치료는 인접 장기로 불필요하게 방사선을 쬐므로 방사선 조사량을 높이지 못하지만 IORT는 종양 근처에 고선량을 쬐면서도 주변 조직에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뇌 속의 교세포에 생긴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수술ㆍ항암제ㆍ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잦고 악성도가 높은 난치성 뇌암이다. 원발성 악성 뇌종양의 80%를 차지한다.

교모세포종은 10만 명당 23명이 발생할 정도로 극히 드물지만 5년 생존율은 7%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악의 암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종양 가운데 가장 최악인 4등급에 속한다.

교모세포종은 다른 암보다 방사선ㆍ항암제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치료가 어렵고, 치료 후에도 대부분 재발해 사망한다. 진단 후 기대 생존 기간이 1년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이소시트르산탈수소효소(IDH)에 유전자 변이가 없는 야생형 교모세포종이 전체 교모세포종의 90% 정도를 차지하는데 예후가 나쁜 데다 치료제도 아직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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