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고등법원 판사가 트위터에 부적절한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17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국회의 재판관소추위원회는 센다이고등법원의 오카구치 기이치(岡口基一·55) 판사에 대해 파면을 요구하며 재판관 탄핵재판소에 소추한다고 결정했다.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는 전후(戰後) 10건째(2건은 동일 인물)로, 9년 전 여성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오사카 지방법원의 남성 판사보가 탄핵된 후 처음이다. 과거에 탄핵 소추된 8명의 판사 중 7명이 실제로 파면됐다.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 탄핵 사유가 된 경우는 처음으로, 향후 탄핵 재판을 통해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오카구치 판사는 평소에도 사법이나 정치 분야에 대해 실명으로 트위터에 글을 종종 올리는 편이었다. 이런 글은 성소수자나 헤이트스피치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옹호하는 글이 많았다.
하지만 도쿄고등법원 판사였던 2017년 12월, 도쿄 에도가와구의 여고생이 살해된 사건에 대해 ‘무참하게도 살해돼 버린 17세 여성’이라고 쓴 트윗과 2018년 5월 공원에 방치된 개를 주워 기른 사람과 원래 주인 사이에 벌어진 민사소송에 대해 “뭐? 당신? 이 개를 버린 거잖아”라고 쓴 트윗이 문제가 됐다. 여고생의 유족과 민사재판의 당사자가 “이 글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항의한 것이다.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재판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이라며 두 차례 견책 징계를 내렸으나 당사자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탄핵 소추를 청구했다.
신문에 따르면 16일 열린 소추위원회 비공개 회동에선 중·참의원 20명의 위원이 표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세한 경위나 근거는 공개하지 않고 이후 탄핵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위원회는 밝혔다. 오카구치 판사 측 변호인은 “결정에 지극히 유감”이라며 “법관의 독립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국민의 권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카구치 판사도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자신의 트윗이 탄핵 소추의 대상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