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지하철서 마스크 벗고 담배…시민들 제지에 "꼰대냐"

입력
2021.06.17 08:00
'지하철 담배 빌런' 제목의 영상 SNS서 확산 
승객 제지에 "XX 나이 먹은 꼰대가" 욕설
"내 마음이다, 연기 난다고 무슨 피해가 가냐"

한 남성이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담배를 피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다. 다른 승객들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던 이 남성은 제지를 당하자 오히려 "나이 쳐 먹고 XX. 꼰대 같다"며 욕설을 했다.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지하철 담배 빌런'이란 제목의 글과 함께 한 남성이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앞서 5일 유튜브 채널 '꿈을 꾸는 소년'에 올라온 것으로, 이날 오전 6시 기준 약 227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청년으로 보이는 남성 A씨는 앞서 4월 3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으로 가는 전동차 안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웠다. 지하철에는 승객들로 꽉 찬 상태였다.

승객과 실랑이 벌이는 내내 마스크 벗고 침까지 뱉어

보다 못한 남성 승객 B씨는 A씨에게 "뭐 하시는 거냐.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시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이에 다른 승객들도 "끄라"며 항의했다. 그러나 A씨는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담배를 피웠다. 오히려 침까지 뱉었다.

B씨는 A씨가 담배를 피우려고 올리는 손을 거듭 막았다. A씨도 지지 않겠다는 듯 연신 담배를 피우려고 했다. B씨는 이에 담배를 든 A씨의 손을 잡고 "빨리 꺼요. 공공장소에서 담배 피우면 어떡해요"라며 A씨의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러나 A씨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꺼내 담배를 다시 피우려고 했다. B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A씨가 손을 올리려고 할 때마다 제지했다. 그러면서 "나가서 피우셔야죠"라며 막아섰다.

A씨는 이에 "제 마음이잖아요"라며 반발했고, B씨는 "제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잖아요"라며 A씨를 말렸다. 그러나 A씨는 "솔직히 연기 마신다고 피해 많이 보느냐"고 반문했다.

담배 제지한 역무원 위협한 60대 남성 실형 선고

B씨를 비롯해 다른 승객들의 제지가 계속되자 A씨는 결국 비속어와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반응했다. A씨는 "XX 도덕 지키는 척한다. XX 꼰대 같아, 나이 쳐 먹고 XX"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를 듣고도 최대한 감정적인 대응 없이 A씨를 타일렀다. 그는 "아, 그게 아니고요"라며 A씨의 팔을 잡고 내리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XX 짜증 난다"라며 또다시 욕설을 했다.

마침 전동차에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 시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고'란 방송이 흘러 나왔다. A씨는 B씨와 실랑이를 벌이며 전동차에서 내리기 전까지 마스크를 계속 벗고 있었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전동차에서 내린 뒤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수유역에 내린 뒤에도 실랑이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폭행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지난달 7일 A씨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전동차 내 흡연은 서울교통공사 소관이라 A씨에게는 폭행 혐의만 적용됐다.

한편 최근 한 60대 남성이 비슷한 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60대 남성 C씨는 지난해 9월 인천시 중구 지하철 승강장 내 벤치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웠다. 이를 발견한 역무원이 흡연을 막으며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C씨는 욕설을 하며 흉기로 위협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4월 29일 특수협박,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철도종사자인 역무원을 상대로 범행한 경위가 불량하다"며 "법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심하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류호 기자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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