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저격수’라 불릴 정도로 정보기술(IT) 공룡 기업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리나 칸(32)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미국 반(反)독점 규제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끌게 됐다. FTC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이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이날 칸의 FTC 위원장 임명안을 찬성 69표, 반대 28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다수를 점한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은 셈이다. 임기는 2024년 9월까지다. FTC는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감시ㆍ규제하는 기관으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칸은 트위터에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소비자와 근로자, 정직한 기업들을 기만적 관행으로부터 보호하는 FTC의 임무를 힘차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계인 칸은 그간 공룡 정보기술(IT) 기업 독점문제를 파고 들어 왔다.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졸업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로 학계의 주목 받았다. 그는 이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멈추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덕에 물건값이 싸졌다고 규제하지 않으면, 회사의 지배력은 더 커질 것이고 결국 소매업체들이 자신들의 ‘경쟁자’이기도 한 아마존을 통하지 않고는 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에서 일하며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비판하는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칸이 빅테크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낼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임명안 통과 후 “그의 지도 아래 경제와 사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점과 싸우고 반독점을 위한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는 빅테크 기업을 옥죄겠다고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에선 IT 공룡들의 독점행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상태다. 최근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는 IT 기업 독점행위 규제 패키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대통령 기술ㆍ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역시 IT공룡 비판론자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