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행정구금 피해자에 대한 보상 제도가 없는 현행 법제도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청구를 지원한 시민단체들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외국인 보호소와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각각 1년 넘게 구금됐다가 풀려난 외국인들이 국가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등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구금 보상제도 입법부작위(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입법하지 않음)'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행정구금은 국가가 기소나 재판 없이 행정적 명령을 통해 개인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조치다.
청구인은 우리나라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했던 두 외국인이다. A씨는 신청 후 483일 동안 외국인보호소에서 부당하게 구금됐고, B씨는 난민 심사 불회부 처분을 받은 뒤 법적 근거 없이 공항 송환대기실에서 391일간 구금됐다. 이들은 각각 출신국에서 박해 위험이 커지자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당국은 A씨는 여권 위조, B씨는 난민 신청 이유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아 행정구금 조치했다.
두 사람 모두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구금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이들은 형사 피고인이 구금됐다가 무죄로 판결받을 경우 국가가 보상하는 형사보상(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준해 보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자유권 규약에 따라 외국인과 난민이 구금 피해자가 된 경우에도 배상이나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서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자유권 규약은 '불법적 체류 또는 억류로 희생된 사람은 누구든 보상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면서 "이는 외국인과 난민에게도 적용되는 권리"라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상현 변호사는 "국가가 억울한 사람을 부당하게 가뒀다면 국가가 사과하고 배·보상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면서 "위법한 행정구금의 피해자에게 어떤 보상도 없는 작금의 법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