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해 국회 국민청원 동의 10만 명을 이끌어 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6일 "고(故) 변희수 하사처럼 안타깝게 차별에 의해서 희생되고 목숨을 잃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기쁘면서도 슬픈, 복잡한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장 의원은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1년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는 "일부 페미니즘이 모든 페미니즘을 대표한다는 식의 오해를 조장하는 화법을 반복해서 구사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장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차별금지법이 2007년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종교계 일부의 반대 때문이라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면서 "결국은 국회의 눈치보기, 표 계산, 혹은 시민들에 대한 편견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학력에 의한 차별이 여전히 공고하거나 성별에 의한 차별, 성적지향에 의한 차별들이 굉장히 어떤 하나의 기제로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21대 국회 상황에서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논의에 대해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압박했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교계의 압박이라고 하는 핑계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장 의원은 '일각에서는 이미 장애인차별법, 남녀고용평등법도 있는데 굳이 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어떤 고용영역에서 성별이나 연령에 의한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말고도 무수한 다른 차별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차별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고, 이런 차별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개별법들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입법자원을 굉장히 낭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것을 기본법의 형태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 의원은 최근 벌어진 공군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지금 발의돼 있는 차별금지법에는 성희롱에 관련된 조항이 있고, 이 성희롱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히 성차별에 의해서 발생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우려를 두고 "가짜뉴스 중 하나가 영국에서는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평등법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만들고 나서 청소년 트랜스젠더 인구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얘기가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영국 부대사님께 확인해보니, 영국에는 일단 트랜스젠더 인구가 몇 명인지에 대한 통계 자체가 없으며,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다만 평등법이 도입됨으로써 그동안 차별 때문에 자기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가시화되는 느낌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같은 30대이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대표 정치인으로 꼽히며 당대표에 선출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언급했다.
장 의원은 여성할당제 반대를 주장하는 이 대표에게 "페미니즘에도 여러 갈래가 있으며,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는 페미니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성별은 평등하게 존엄해야 되고 남성도, 여성도, 트랜스젠더도 모두가 평등하게 인권을 보장받아야,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지켜진다고 여기는 페미니즘이 있는데, 저는 이런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그런데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오직 생물학적인 여성의 인권만이 중요하고 트랜스젠더의 인권이나 남성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 대표는 당대표 되기 전에 마치 이런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모든 페미니즘을 대표한다는 식으로, 굉장히 적극적으로 오해를 조장하는 화법을 아주 반복해서 썼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분히 의도적인 느낌이었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유감을 가지고 있다"며 "당대표가 되신 이후에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발언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