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네이버를 누르고 IT 대장주에 올라섰다. '만년 2등'으로 불렸던 카카오가 상장 7년 만에 시가총액 3위에 등극하며 네이버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진한 사이, 카카오를 포함한 인터넷 주 시총은 꾸준히 늘고 있어 시총 상위주 판도 변화에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4% 오른 14만4,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7일부터 '7일 연속' 상승 기록인 동시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도 경신했다. 올해 초 대비 주가는 무려 82%나 상승했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64조1,478억 원을 기록해 네이버(63조5,699억 원)를 약 6,000억 원 정도 따돌렸다. 연초(1월 초 기준)만 해도 두 기업의 시총 차이는 13조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 4월 카카오 주식이 5분의 1 액면 분할을 단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액면 분할로 55만 원대 주식이 11만 원대로 크게 낮아지고, 주식 수도 8,870만주에서 4억4,352만주로 늘어나자, 거래량이 급증했다. 주식 매수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개인투자자들의 카카오 주식 거래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카카오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다.
자회사 상장 기대감 등 각종 호재도 카카오 시총 증가에 일조했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주요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의 보험업 영업 예비허가를 받은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시총 역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카카오와 네이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카카오 주가가 최대 25%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DB금융투자는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14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15만2,000원에서 18만2,000원으로 높였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는 광고·커머스·주요 신사업과 더불어 웹툰·웹소설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카카오의 실적 개선 스토리는 계속적으로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네이버 시총을 앞지르긴 했으나, 네이버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이들 기업보다 시총이 앞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장기간 부진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와 네이버의 상승세는 더 돋보인다.
실제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시총은 작년 말 483조5,524억 원에서 15일 482조9,554억 원으로 오히려 6,000억 원가량 감소(-0.1%)했다.
반면 카카오와 네이버 합산 시총은 작년 말 82조4,931억 원에서 현재 127조7,178억 원으로 45조 원 이상 늘어났다. 절대적 시총 규모에는 아직 모자라지만 성장성 측면에서는 인터넷 관련 주가 단연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면서 인터넷주를 포함한 성장주 투자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총 상위주들 중 당분간 카카오와 네이버의 독주가 점쳐지는 이유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업체들은 코로나19 회복기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