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팝, 한글, 호미…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지 곳곳에서 ‘한국적인 것’이 포착되고 있다. 문화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 이는 바로 김정숙 여사다. 특유의 유쾌한 성격으로 가는 곳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방문 중인 김 여사는 14일(현지시간) 도리스 슈미다우어 오스트리아 대통령 부인과 함께 빈대학 식물원을 찾았다. 김 여사는 미하엘 킨 식물원장 등 연구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여러분의 처음 인상을 보니 해에 많이 그을린 모습에서 자연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부부가 근무하고 살고 있는 관저에서도 잔디와 많이 뽑아 먹을 수 있는 채소를 가꾸며 해를 보며 살고 있다”고 친근감을 보였다.
김 여사는 빈대학 연구원들에게 “한국에서 사용하는 연장”이라며 온라인 쇼핑물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영주 대장간 호미’를 선물했다. 그가 직접 호미를 손에 들고 “이게 호미의 곡선미”라며 “많이 사용하면서 손에 익숙해지면 굉장히 필요한 연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호미에는 오스트리아 연구원의 이름을 한글로 적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김 여사는 슈미다우어 대통령 부인과 빈 미술사박물관도 방문해 전시 중인 ‘조선 왕자의 투구와 갑옷’을 관람했다. 이 갑옷은 1892년 양국 수교 직후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에게 선물한 것이다.
김 여사는 “129년 전 한국에서 보낸 선물을 빈에서 마주하니 감회가 깊다”며 “조선 왕자의 투구와 갑옷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잘 보존된 것처럼 한ㆍ오스트리아 관계도 돈독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좌중을 향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아시냐”면서 “우리도 서구나 오스트리아에 줄 수 있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여사가 K팝을 얘기하자 일행 사이에선 “BTS(방탄소년단)를 잘 알고 있다”며 떠들썩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 여사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를 만나 “지난달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환대에 감사한다”고 했고, 바이든 여사는 “미국에 꼭 와 달라”고 초청했다. 냉랭한 관계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부인 스가 마리코(菅真理子) 여사에게는 “이렇게 처음 만나게 돼 반갑다”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김 여사는 해외 정상들과 함께한 환영식에서 흰색 원피스 위에 한국 전통 문양으로 직조한 파란색 숄을 둘러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의 해외 순방은 2019년 11월 ‘한ㆍ아세안+3 정상회의’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빈=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