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오는 16일(현지시간)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이버 안보, 야당 탄압 등 현안을 두루 거론하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발과 타협 두 가능성을 모두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푸틴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먼저 “만약 그가 사이버 안보와 일부 다른 활동과 관련해 과거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호 관심사에) 동의할 수 없다면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 최대 송유관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정육회사 JBS 미국 자회사가 지난달 러시아에 기반을 둔 해커 조직에게 ‘랜섬웨어(사이버 해킹 후 몸값 요구)’ 방식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러시아가 수감 중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문제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은 러시아가 기본적인 인권을 지킬 의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될 것”이라며 “(나발니 사망) 그것은 비극이 될 것이고 (러시아와) 세계 나머지 국가와의 관계, 나와의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밀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과 우크라이나 스캔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과는 악연도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은 러시아와 갈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유해한 활동을 계속한다면 우리가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똑똑하고 거칠다”라고 평가하며 ‘가치 있는 적수’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세에 맞서며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 우리를 비난할 때 나는 ‘자신을 들여다보지 그러느냐’라고 말한다”며 미국을 비꼬았다. 또 나토에 대해서는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사이버 해킹 범죄자 인도 가능성도 이미 거론하는 등 미국과 타협할 여지도 남겼다.
미러 정상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미ㆍ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소화한 뒤 스위스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