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 수행을 했다. 지진희가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난 후의 일이다. 골똘히 생각한 끝에 '말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말이 오해를 낳고 오해가 갈등을 만든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닫았다.
이 외에도 독특한 실험들을 많이 해봤다는 그는 알고 보면 톡톡 튀는 입담의 소유자다. 이와 대비되는 진지한 목소리로 최근 출연했던 JTBC 드라마 '언더커버'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인간 지진희의 일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중년의 액션, 매력적이었다"
지진희는 '언더커버'에서 비밀 요원 이석규로 살았던 한정현 역을 맡았다. 그의 화려한 액션 신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했다. "가족을 지키는 중년의 액션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작품을 향한 애정이 드러났다.
결말도 만족감을 더했다. 지진희는 "결국 내 이름을 찾았고,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됐다. 죗값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도 있었지만 많은 걸 되찾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했다.
라인업도 완벽하게 느껴졌다. 지진희는 "모든 배우들이 제 역할을 잘해줬다"고 했다. 이석규의 어린 시절을 맡은 연우진, 최연수의 지난날을 연기한 한선화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현재와 과거 인물들의 매칭이 정말 잘 됐다"며 "두 친구가 정말 잘해줬다"고 했다.
"김현주와는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어"
지진희는 '언더커버'를 통해 김현주와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앞서 두 사람은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와 '애인있어요'에 출연했다. 지진희는 김현주와의 이번 호흡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호흡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언더커버'에 우리 둘의 멜로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각자의 일을 하며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현주 배우와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두고 에너지 낭비나 힘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진희는 극중에서 대립했던 허준호와 정만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두 사람과 정말 친해요.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죠. 악역처럼 생겨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요. 밥 먹으러 갔는데 누군가 시비를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 지진희, 아직 부족해"
지진희는 '언더커버'에서 따뜻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는 어떤 아빠일까. 이에 대해 지진희는 "부족하다. 일하느라 주말도 없고 쉬는 날도 없어서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애들도 불만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곧 "그런데 어쩌겠느냐. 나 없이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것들이"라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가 가진 게 없더라도 뭐든 다 주고 싶다"는 말을 통해서다. 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도 가족의 존재를 꼽았다. "가족은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힘이자 에너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진희는 "신념은 없지만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작품 속 에너지, 운동으로부터 나온다"
배우 지진희의 연기 열정은 "체력관리를 늘 한다"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드라마를 찍는 동안은 시간이 없으니 못 하지만 촬영이 끝나면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몸을 만들어 놓고 드라마에서 에너지를 쏟아요. 끝나면 다시 운동을 하죠. 이 과정이 반복돼요.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못 버텨요."
지진희는 '배우는 게 배우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생을 살면서 계속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지진희는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게 인간들의 이야기인 만큼 많은 경험을 한다"며 "그게 배우라는 직업의 좋은 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올해 드라마 '언더커버'와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를 통해 대중을 만났으며, '더 로드 : 1의 비극'을 통해 다시 한번 안방극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지칠 법도 하지만 열정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유튜버로서의 활약도 꿈꾸고 있다는 지진희는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