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쌍방울그룹만 단독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졌던 하림그룹과 사모펀드 운용사 등 10곳은 막판에 불참을 선언했다. 이스타항공의 총 부채가 2,500여억 원에 달한 데다, 입찰가격도 최소 1,000억 원 이상까지 점쳐지면서 돌아올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전의 우선매수권자인 종합건설업체 성정은 800억 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800억 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쌍방울은 성정에서 추가 자금 베팅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스타항공 인수전의 최종 승자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이날 오후 3시 인수·합병(M&A) 본입찰 접수를 마감한 결과 쌍방울 1곳만 인수전에 참여했다. 앞서 인수 관련 자료를 받았던 하림을 포함해 사모펀드 운용사 등은 빠졌다.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스토킹호스’로 진행됐다. 스토킹호스 입찰은 수의계약으로 우선매수권자를 뽑고 이후 공개경쟁 입찰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입찰자가 우선매수권자보다 높은 인수 금액을 입찰해야 인수가 가능한데, 본입찰이 무산돼도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다는 점에서 원활한 매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입찰 공고 전, 800억 원을 입찰가로 제안한 성정을 우선매수권자로 선정, 가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쌍방울이 성정의 인수 금액보다 높은 1,000억 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전의 공은 성정으로 넘어갔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성정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기업이 있으면 우선매수권자(성정)에 입찰가격을 다시 상향할 수 있도록 재검토할 기회를 준다. 성정이 쌍방울을 누르기 위해선 최고 200억 원 이상 입찰가를 올려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성정에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가세한 상황”이라며 “특히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는 형남순 성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성정의 자금 동원력에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연매출 5,000억 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엔 성정의 규모가 작아서다. 성정은 국내 유명 골프대회가 열리는 백제컨트리클럽과 건설·개발 업체인 대국건설개발을 운영하고 있다.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의 연매출은 각각 300억 원, 14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골프 및 레저 등 관광사업과 항공업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노조 측도 인수자로 성정보다는 쌍방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측에 인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용 보장”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금액 규모를 비롯해 자금 투자 및 조달 방식, 향후 경영·사업계획과 비전 제시, 종업원 고용 보장 및 승계 여부 등을 평가해 이달 21일 최종 인수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성정이 추가 베팅을 할지 현재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