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이직률이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뒤 회사 출근을 꺼리는 근로자들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일자리 수 자체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잦은 이직’이 미국 노동시장의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이런 현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올해 4월 이직률이 2.7%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년 동월의 1.6%보다도 크게 상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3월 미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이직을 계획 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5%에 달하기도 했다.
이직률 증가의 원인으론 근로자들의 원격ㆍ재택근무 경험이 1순위로 꼽혔다. 유연한 근무환경에 적응했던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다. WSJ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코로나19 감소세를 이유로 정상 출근을 요구하는 경우, 재택근무가 가능한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업무환경 변화는 근로자들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특히 원격ㆍ재택근무와 관련된 IT업계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이직이 활발했다. 예컨대 미 유타대의 한 행정직원은 지난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해 보며 흥미를 느꼈고, 올해 행정업무를 떠나 소프트웨어 업체에 새 둥지를 마련하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으로 일자리 수가 증가한 점도 노동자의 이직을 부추겼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기업들이 적극적 구인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기존 직장의 대안으로 선택할 만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 해제된 방역지침으로 소비가 활성화하며 기업들은 더욱 호황을 맞고 있어, 앞으로 신규 일자리가 더 창출될 가능성도 크다.
이직 증가에 따라 기업들은 인재 유출을 막으려 분주한 모습이다.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 인상이나 승진 등 당근책을 제시하고 있다. 자동화 에너지 전문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메이 란 응우옌 부사장은 WSJ에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된 직원 65%를 승진시켰다. 최고의 인재들은 많은 이직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상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빈번한 이직이 노동시장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티브 캐디건 링크드인 컨설턴트는 “예전엔 한곳에서 오래 일하는 게 직업안정성이었지만, 지금은 이직이 안전성을 뜻한다”며 “더 많이 이직할수록 대우도 높아지고 자신의 경력도 쌓이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도 “이직은 건강한 노동시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