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큰 어른 "팔만대장경에서 중도의 마음 배워갔으면"

입력
2021.06.11 15:38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 "중도 정신으로 코로나 극복해야"
"이것저것 중간 아닌 모두 내려놓는 게 중도"
"환경과 나도 따로 아냐… 방역수칙 잘 지켜야"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부처님 사상의 핵심은 중도의 정신이거든? 이것저것의 중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야. 진보와 보수,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자신의 입장에서만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야 해. 너와 내가 통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지.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국내의 대표적 수행도량 해인사를 이끄는 원각 스님이 팔만대장경에 새겨진 부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전언을 내놨다. 중도의 정신을 실천해 서로 협력해야만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확산 저지라는 어려운 과제를 무사히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취지에서 해인사는 19일부터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 내부를 사전예약제를 통해서 국민에게 공개한다.

11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만난 원각 스님은 "몽골이 고려를 침범했을 때 경판을 조성하면서 국력을 한데 모았듯이 국민이 팔만대장경 속 부처님의 사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원각 스님은 "코로나19도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결과"라면서 "환경과 나, 너와 내가 따로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각 스님은 지난달 27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고 현재는 2차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원각 스님은 부작용을 겪은 사람도 있었지만 자신의 경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사람들이 빨리 백신을 맞아서 면역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의 정신은 코로나19 극복뿐만 아니라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치유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고 원각 스님은 강조했다. 당장 부처님오신날 일부 개신교인이 서울 조계사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불자들에게 모욕감을 안겼던 사건 역시 중도의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원각 스님은 "그들은 그들이 옳다고, 자신들은 소명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극히 잘못된 행동"이라면서 "자신들의 생각에만 갇히면 그렇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각 스님은 살부살조(殺佛殺祖)를 설명하면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도인을 만나면 도인을 죽이라는 말의 뜻은 생각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와 부처에게서도 벗어나야 깨달음을 얻는다는 가르침이다. 원각 스님은 "기독교와 불교에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로 찬탄해 주고 배려할 것"이라면서 "(사건을 일으킨 개신교인)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가 공감하고 귀를 기울이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원각 스님은 "우리는 본래의 마음으로 살아야지 어딘가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지식이나 환경은 갖다 쓰는 도구이지 그것이 주인이 되면 안 된다"라면서 "국민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힘들고 말들이 많은데 우리가 한걸음 내려놓고 판단해서 소통하고 상생한다면 좋겠다"라고 말을 맺었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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